올 1분기 가계빚이 지난해 말과 비교해 14조원 가까이 줄었다. 이같은 감소 폭은 역대 최대다.
대출 금리가 오르자 상당한 이자 부담을 느낀 가계가 신용대출 등을 줄인 영향이다. 올해 초 까지만 해도 연 7~8%대였던 신용대출 금리가 최근 7개월만에 5%대로 내려 앉았지만 저금리 시대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인만큼 빚 상환에 나선 대출자들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을 합한 가계신용은 1853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조원(-0.5%) 줄어 통계 편제 이후 첫 감소세를 나타냈다. 전분기와 비교해선 13조7000억원(-0.7%) 줄어 역대 최대 감소폭을 나타냈다.
금융권에선 가계신용이 감소한 것을 두고 가계의 재무상태가 개선됐다기 보다 경기 침체 신호로 봐야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반적으로 가계신용 규모는 경제성장, 금융시장의 자금중개기능 제고 등에 따라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가계대출 잔액은 1739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조8000억원(-1.0%) 감소했다.
이는 지난 2002년 4분기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래 큰 감소 폭이다. 가계대출은 지난해 4분기 말과 비교해도 10조3000억원(-0.6%) 감소했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기타대출은 721조6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42조원(-5.5%) 급감했다. 이는 2007년 4분기 통계 편제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도 역대 최대 감소폭인 15조6000억원(-2.1%) 줄었다.
기타대출이 역대 최대로 줄어든 것은 2022년 7월부터 1억원 초과 대출을 대상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된 데다 연초 상여금 유입으로 대출금 상환이 이뤄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신용대출 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도 신용대출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5.872%로 집계됐다. 신용대출 평균 금리가 5%대로 하락한 것은 지난해 9월(5.852%) 이후 7개월 만이다.
앞서 5대 은행에서 취급한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지난해 10월 6.446%, 11월 7.016%로 상승하다가 ▲12월 6.918% ▲올해 1월 6.496% ▲2월 6.146%로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직전인 2021년 7월 5대 은행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가 3.03~3.63%인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주택담보대출은 1017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조2000억원(2.5%)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는 역대 최소 증가폭이다.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선 5조3000억원(0.5%) 늘었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전세자금대출이 감소했지만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모기지 취급 증가 등으로 증가세를 지속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계대출을 기관별로 보면 예금은행은 890조5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5조1000억원(-1.7%) 줄었다. 이 역시 통계 이후 역대 최대 감소폭이다. 전분기 대비로는 12조1000억원(-1.3%) 감소했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경우 335조7000억원으로 1년 전 대비 13조2000억원(-3.8%), 전분기 대비 9조7000억원(-2.8%) 감소해 역대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신용카드 사용 등이 포함된 판매신용은 114조4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7조7000억원(7.2%) 늘어난 반면 전분기에 비해선 3조4000억원(-2.9%) 줄었다. 지난 2020년 4분기 이후 9분기 만에 감소 전환이다.
판매신용이 전분기 대비 줄어든 것은 연말 소비 증가 등 계절요인이 사라지고 카드사들의 무이자 할부 혜택이 축소된 결과다.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이 전분기와 비교해 나란히 동반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