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창구에서 대출 상담하는 고객./사진=뉴스1

한국은행이 올 1월 금리 인상을 마지막으로 동결 기조를 지속하고 있지만 은행 가계대출은 한은이 통화정책 완화기조를 펴는 것처럼 2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은행의 연체율이 2년9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금융시스템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22일 기준 678조2162억원으로 지난 5월 말(677조6122억원)과 비교해 6040억원 증가했다.

앞서 지난 5월 한달동안 5대 은행 가계대출은 1431억원 늘며 1년5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바 있다. 6월 역시 증가세가 이어진 데다 증가 폭이 전월에 비해 대폭 뛴 것이다.

대출별로 보면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 22일 기준 510조1596억원으로 전월 말(509조6762억원)에 비해 4834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 역시 109조7766억원으로 1035억원 증가했다.


특히 신용대출의 경우 올해 초까지만 해도 최고금리가 8% 선을 뚫으면서 높은 이자부담 탓에 지난해 10월부터 감소세를 지속했지만 이달부터 8개월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문제는 가계대출 금리가 올해 들어 하락세를 보이다 최근 들어 상승세를 나타내는 상황에서 가계빚 증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대 은행의 혼합형(5년 고정금리 이후 변동금리로 전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 22일 기준 4.03~6.101%로 집계됐다. 지난 5월25일 해당 금리가 연 3.71~5.99%였던 것과 비교하면 4주 만에 금리 하단은 0.32%포인트, 상단은 0.111%포인트 상승했다.

신용대출 금리도 상승세를 나타나고 있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지난달 25일 연 4.84~6.34%에 그쳤지만 일부 은행에선 지난 22일 기준 금리 하단이 연 5%대로 올라왔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올 2월과 4월에 이어 5월까지 3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대출금리가 유지되기는 커녕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 대출 준거금리로 활용되는 은행채 금리가 이달 중하순부터 상승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혼합형 주담대의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지난달 4일 3.840%에서 지난 23일 4.233%로 약 두달 만에 0.393%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 준거금리인 은행채 6개월물 또한 같은 기간 3.567%에서 3.816%로 0.249%포인트 올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시장금리 역시 덩달아 상승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에선 가계대출 연체율 증가세가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한은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0.83%로 전년 동기(0.56%)보다 0.27%포인트 올랐다. 특히 같은 기간 주담대 연체율은 0.20%에서 0.31%로 1.5배 이상 급등했다. 이 중 은행 연체율은 올 3월 말 기준 0.33%로 2020년 6월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금융권 전반의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어 금융당국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은행권 건전성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에 더해 기업대출도 올 1월부터 6개월 연속 늘고 있다.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5월 말 726조9887억원에서 지난 22일 731조5866억원으로 4조5979억원 늘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금리 상승세는 짧은 기간에 높은 상승률을 보여 기업들이 고금리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데다 이전 수준으로 복귀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거나 복귀가 어려울 수도 있어 한계기업들의 부실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