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우리은행에 동결된 이란 자금 70억달러(약 9조2000억원)가 만 4년만에 동결 해제됐다. 사진은 사이드 쿠제치 신임 주한 이란대사. /사진=김태욱 기자

국내 IBK기업은행·우리은행에 예치된 이란 동결자금 70억달러(약 9조2000억원) 중 60억달러(약 7조8900억원)가 동결 해제돼 제3국인 카타르 중앙은행에 예치된다는 뉴욕타임스(NYT)의 11일(이하 한국시각) 보도는 오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란 소식에 정통한 현지인 A씨는 머니S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NYT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A씨는 이란 행정부 소식에 정통한 인물이다. NYT는 이날 "미국 정부가 이란에 수감돼 있는 미국인들을 석방하는 대가로 한국에 동결된 이란 자금의 동결 해제와 미국 내 수감된 이란인 일부 석방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 거주하는 A씨는 NYT 보도 직후 머니S에 "해당 보도는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한국에 동결된 70억달러가 전부 동결 해제됐다"며 "동결자금이 제3국으로 예치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카타르가 제3국이라는 것은 사실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A씨는 또 '바이오·의약품 구매 등 인도주의 목적에 한해서만 60억달러를 사용할 수 있다'는 NYT의 보도는 전형적인 서구의 거짓"이라고 강조했다. 70억달러 사용 목적이 전적으로 이란 정부의 뜻에 달렸다는 설명이다.


결국 이란핵합의(JCPOA) 복원에 앞서 IBK기업은행·우리은행에 예치된 이란 자금이 만 4년 만에 동결 해제된 것이다. 이는 이란과 미국이 지난해 8월 JCPOA 복원안 합의 당시 한국 내 동결자금을 JCPOA 복원 협상서 배제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당시 양국(미국·이란)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하지 못할 것을 대비해 미국이 JCPOA에서 탈퇴해도 외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세컨더리보이콧(2차 제재)을 만 37개월 유예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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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NYT는 70억달러 중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IBK기업은행·우리은행에 남겨두는 것으로 판단해 이 같은 보도를 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60억달러-10억달러' 구도는 지난해 우리 정부와 이란 정부가 유력하게 검토하던 내용이다. 우리 외교부는 당시 이란 측과 박진 외교부 장관의 이란 방문도 물밑 조율 중이었다. 박 장관의 테헤란 방문 시점으로는 지난해(2022년) 10월말이 거론됐다


지난해 70억달러 중 10억달러를 국내에 남겨두는 방안이 급부상한 이유는 한국이 아닌 이란 측의 요청이 있었다는 것이 한국 외교부 내부 사정에 정통한 국내 소식통 B씨의 설명이다. 이란은 3대 원유 수출 대상국이던 한국과 원화·리얄화 결제시스템 재가동을 위해선 동결자금 일부가 IBK기업은행·우리은행에 남아 있어야 한다는 뜻을 외교라인을 통해 지속적으로 전해왔다.

하지만 'JCPOA 복원안 합의'와 '이란자금 동결해제' 등 순항하던 '이란 셈법'은 이스라엘의 반대로 물거품이 됐다. 이란의 숙적인 이스라엘은 JCPOA 복원 반대는 물론 동결자금 반환에도 반대했다. 그 무렵(지난해 9월) 이란인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란 종교경찰에 체포돼 구금됐다가 의문사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이후 이란 전역에선 히잡 시위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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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70억달러가 국내에 예치된 이란 자금의 전부는 아니다. 이란 멜라트은행이 한국 진출 당시 맡긴 초과지급준비금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 동결된 이란 자금이 90억달러(약 11조8000억원) 규모라는 의미다. 하지만 국내 동결자금으로 90억달러가 아닌 70억달러를 거론한 점은 양국 간 관계회복에 대한 '희망'을 상징했다.

한국·이란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는 와중에도 이란 강경파 의원들이 멜라트은행 예치금을 언급하지 않은 이유도 이란 정부·의회가 당초 한국과 단교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또 다른 테헤란 소식통 C씨는 본지에 "이르면 오는 12일 최종 결과가 발표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테헤란에 거주하는 C씨는 이란 의회 소식에 정통한 인물이다. NYT의 이번 보도는 하루 전인 11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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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결자금 10억달러 국내 예치 외에도 이란 정부의 주한 이란대사 임명에서 이란이 생각하는 한국의 중요성이 드러난다.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제출한 사이드 쿠제치 신임 이란 대사는 나이지리아 대사를 역임한 이후 외교부 저항경제국 부총괄(부국장)을 역임한 엘리트다. 지난 1979년 이란이슬람혁명 이후 서방의 오랜 경제 제재를 받아온 이란에선 저항경제국은 주요 부서로 분류된다. 저항경제국 부국장은 타 부서의 국장급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