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에서 내려다 본 시내 아파트의 모습./사진=뉴스1

#. 서울에 거주 중인 김모씨는 올해 안에 내집마련을 위해 최근 한 시중은행에 찾아가 주택담보대출 상담을 받았다. 그러다 5.4%로 책정된 주담대 금리에 고민에 빠졌다. 김씨는 4%대 초중반의 금리를 기대했지만 예상보다 원리금상환부담이 큰 데다 대출 한도도 기대치보다 적어 내년에 집을 살지 따져보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문턱을 높이기 위해 가산금리를 높이고 우대금리를 줄이고 있다. 이에 더해 미 국채 금리 상승까지 겹치면서 가계대출 금리는 최근 들어 크게 뛰고 있다. 당분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의 이자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31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다음달 1일부터 일부 가계대출 상품의 금리를 올리기로 했다.

주담대 중 신규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와 신잔액코픽스를 기준으로 하는 상품(6개월 주기 변동금리)의 가산금리를 0.05%포인트 인상한다. 전세자금대출과 신용대출 중 1년물 이하를 지표로 하는 상품의 가산금리도 0.05%포인트 올린다.

하나은행은 1일부터 비대면 주담대 상품의 금리감면율을 0.15%포인트 축소한 데 이어 KB국민은행은 11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0.1~0.2%포인트 올렸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도 13일부터 주담대 우대금리를 각각 0.2%포인트씩 축소했다


이처럼 가계대출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은행들은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판매를 사실상 중단하고 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가계대출 증가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26일 기준 684조8018억원으로 9월 말(682조3294억원)과 비교해 2조4723억원 증가했다. 이같은 추세가 월말까지 이어지면 6개월 연속 증가세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해 1월부터 줄곧 감소하다 올 들어 5월부터 매월 늘고 있다. 월 증가 폭으로는 2021년 10월(+3조4380억원) 이후 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은행들의 자체적인 금리 인상 기조에 더해 미 채권금리도 오르면서 가계대출 금리 상승 압력은 계속 커지고 있다. 글로벌 채권시장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달 16년만에 5%를 돌파하며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은행채 금리는 국채 금리를 따르고 국채 금리는 미 국채 금리 영향을 받는다. 이에 미 국채 금리 상승세는 은행채 금리 오름세로 이어져 대출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다.

5대 은행의 신규 코픽스 기준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4.550~7.168%로 집계됐다. 지난 9월15일(4.050~7.044%)과 비교하면 한달여만에 금리 하단이 0.50%포인트 올랐다. 코픽스 상승폭(0.160% 포인트)의 3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은행채 5년물을 준거금리로 삼는 혼합형(5년 고정금리 이후 변동금리로 전환) 주담대 금리는 4.390~6.689%로 지난 9월15일(연 3.91~6.36%) 대비 금리 상단이 0.48%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은행채 5년물 금리 상승폭(0.305%포인트·4.434→4.739%)보다 0.175% 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가산금리 확대, 우대금리 축소까지 겹치면서 대출금리 상승 속도가 가팔라진 셈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금리 인상으로 신용대출부터 줄고 있지만 10월에도 주담대 수요가 적지 않다"며 "마이너스통장 등 쉽게 갚을 수 있는 대출 상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