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이 조계사에 방문해 수험생 자녀를 응원했다. 사진은 사람들이 천막 속에서 대웅전을 향해 기도하는 모습. /사진=조수원 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지는 16일 이른 아침 조계사.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표정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수능이 시작되기 전부터 학부모를 비롯해 가족 단위 사람들이 조계사로 속속 들어왔다. 대웅전으로 향한 그들은 부처에 절하며 간절히 기도했다. 건물 밖에선 찬 바람이 불고 있었다. 조계사가 마련한 천막 안으로 사람들이 하나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 아주머니는 촛불 공양을 하면서 촛농을 바닥에 떨어뜨려 초가 쓰러지지 않도록 섬세하게 초를 내려놓기도 했다.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자 혼자서 여유롭게 산책하듯 돌아다니는 사람들과 관광을 목적으로 방문한 외국인 등 다양한 사람이 조계사에 모여들었다. 조계사는 점차 활기를 띠었다. 오전 8시40분이 되자 기도가 진행됐다. 사람들은 스님의 기도에 맞춰 합장을한 채로 같이 기도를 올렸다. 대부분 눈을 지긋이 감고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았다. 수험생 자녀를 향한 간절한 마음이 옆에서도 느껴졌다.

기자가 취재를 시작하자 대한민국 교육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킬러문항이 없어져 상위권의 변별력을 걱정하는 어머니부터 적응할 만하면 교육 정책이 바뀐다고 지적하는 사람까지 다양했다. 그럼에도 결론은 자녀가 시험을 잘 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모아졌다. 자식을 위하는 마음이 진하게 느껴졌다. 날씨는 춥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이었다.

◆ 전남 여수서 자녀 응원 온 어머니… "끝까지 잘되길"

조계사에는 수능을 치르는 손주와 자녀를 위해 기도하는 시민이 늘어났다. 사진은 사람들이 촛불을 공양하며 기도 드리는 모습. /사진=조수원 기자

학부모 주승경씨(45·전남 여수)는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는 딸이 수능을 본다"며 "딸을 응원하기 위해 지난 일요일 서울로 올라왔다"고 말했다. 그는 "딸이 고등학교 입학 당시부터 서울에서 혼자 자취했다"며 "플루트를 다루는 아이인데 혼자 생활하면서도 밥을 잘 챙겨먹어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주씨는 "수능이 끝나도 계속 실기시험이 이어지지만 다 잘돼서 원하는 학교에 꼭 가기를 바란다"고 응원했다.


작은 손자가 수능에 응시하는 신씨(75·서울 구로구)는 "내가 용돈을 줘도 받지 않는 손자"라며 "일주일 전부터 아이에게 부담이 될까봐 가까이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손주가 시험을 잘 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수능 100일 전 공양에도 참석했다"며 "준비한 만큼 시험 잘 보길 간절히 바란다"고 마음을 전했다.

학부모들이 자녀의 수능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메모지에 글을 남겼다. 사진은 수능 응원 문구가 메모지에 적힌 모습. /사진=조수원 기자


◆ 따듯한 차 한잔… 불안한 학부모 마음도 가라앉길

조계사 대웅전관리팀이 '수능 차 보시' 봉사를 진행했다. 사진은 한 봉사자가 따듯한 차를 방문자에게 나눠주는 모습. /사진=조수원 기자

조계사 대웅전관리팀은 '수능 차 보시'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한 자원봉사자는 "해마다 하는 봉사이고 나도 수험생 자녀가 있을 때 도움받은 곳"이라며 "그 마음을 돌려주기 위해 봉사활동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마음이 불안한 학부모들이 조계사에 찾아오시는데 따듯한 차로 마음을 가라앉히면 수험생 자녀에게도 그 마음이 전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