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뉴스1 DB)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뉴스1 DB)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2016년 충남 금산군에서 발생한 불산 누출 사고의 피해자들이 회사 측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특히 사고와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 증명 부담이 줄어들어 앞으로 피해배상을 받기가 수월해질 전망이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A씨등 19명이 램테크놀러지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2016년 6월 충남 금산군 소재 램테크놀러지 공장에서 약 444.6㎏ 내지 871.3㎏ 상당의 불산(순도 55%)이 시설 외부에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일부는 외부 우수로를 통해 공장 바깥으로 흘러나갔고, 누출된 불산이 증발하면서 약 33㎏의 불화수소 가스가 퍼졌다.

이 사고로 공장 인근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기침, 가래, 수면장애, 소화장애, 기관지 불편, 두통, 안구 통증 등을 호소하며 인근 병원에서 진료와 치료를 받았다.

A씨 등 주민 19명은 구 환경오염피해구제법에 따라 각각 2000만원을 배상하라며 램테크놀러지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시설과 환경오염 피해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가 소송의 쟁점이 됐다. A씨 등은 "유출된 불산의 양이 상당하고 불산 유출 장소가 거주지와 근접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신적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회사 측은 "소변 검사 결과 불산이 검출되지 않았으므로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구 환경오염피해구제법 9조는 시설이 환경오염피해 발생의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볼 만한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때에는 그 시설로 인해 환경오염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정하고 있다.

1심은 "이 사건 공장으로 인해 환경오염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회사가 원고들에게 각 500만원씩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국가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고 및 선정자들은 사고 현장 부근에서 장기적으로 거주하며 경작을 하고 있고, 과거 불산 유출로 인해 인근 하천 물고기가 집단 폐사한 바 있다"며 "원고 및 선정자들이 신체적, 재산적 피해 발생을 우려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또한 이전에도 공장에서 여러 차례 불산을 포함한 유독 화학물질 누출 사고가 있었고, 시설 개선 절차를 밟았음에도 사고가 일어났으며, 회사 측이 사고 이후 상당한 시간이 지나 주민 대피 조치를 취했다는 점도 고려했다.

2심 역시 공장과 주민들에게 발생한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손해배상 금액은 1심보다 많은 700만원으로 결정했다.

재판부는 "원고 및 선정자들은 사고 발생 직후 불산에 노출됐을 때 보이는 증상을 공통되게 호소했고 이로 인해 응급실로 이송되거나 병원치료 등을 받았다"며 "불산 노출 이외에 원고 및 선정자들에게 이처럼 공통된 증상이 나타날 만한 다른 원인을 찾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체내에 유입된 불화수소는 대부분의 양이 24시간 이내에 소변을 통해 체외로 배출된다"며 "이러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사고와 원고 및 선정자들의 증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결이 옳다고 보고 "해당 시설에서 배출된 오염물질 등이 피해자·피해물건에 도달해 피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반드시 직접 증명돼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기존 선례는 환경침해로 인한 손해배상 사건에서 인과관계 인정을 위해 유해물질의 배출, 피해자에의 도달, 피해 발생 사실을 각각 증명할 것을 요구했다"며 "이번 판결은 환경오염피해구제법상 배상책임 사건에서 기존 선례에 비해 피해자의 인과관계 증명부담을 완화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