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회장과 각 병원 전공의 대표 및 대의원들이 20일 낮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2024년도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하고 있다. 2024.2.20/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회장과 각 병원 전공의 대표 및 대의원들이 20일 낮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2024년도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하고 있다. 2024.2.20/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강승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났지만 사실상 각자의 입장차만 확인하고 소득없이 만남이 끝나 당장 의정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박 위원장이 의료계와 협의없이 대화를 나서면서 의료계 내부에서는 일부 반발이 이어지기도 했다.

4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박 위원장과 이날 오후 2시부터 2시간20분 동안 전공의의 처우, 근무여건 개선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대통령실은 "향후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에 관해 의료계와 논의시 전공의들의 입장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만남은 윤 대통령이 지난 2일 전공의들과 대화를 제안한 지 이틀만이다. 앞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박 위원장에게 "윤 대통령을 조건없이 만나보라"고 제안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전날(3일) 모든 일정을 비운 채 박 위원장을 기다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박 위원장은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한 공지에서 "현 사태는 대통령의 의지로 시작됐고 이번 만남은 대통령이 나오는 것이라 4월10일 총선 전에 한 번쯤 전공의 입장을 직접 전달하고 해결을 시도해 볼 가치는 있다고 판단했다"며 "지난 2월20일 (대전협) 성명서 및 요구안의 기조에서 달라진 점은 없다. 총회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최종 결정은 전체 투표로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대전협은 대통령과의 만남 일정이 알려진 후 내부 공지를 통해 "만남 이후 정부에서 '우호적인 방향으로 얘기가 진행됐다'고 언론 플레이를 할 가능성이 있지만 요구안 수용이 불가하다면 저희 쪽에서 '대화에 응했지만 여전히 접점은 찾을 수 없었다' 정도로 대응하고 원래 하던 대로 다시 누우면 끝"이라고 설명했다.


대전협은 지난 2월 성명서를 내고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의대 정원 계획 전면 백지화, 수련병원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열악한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전공의에 대한 부당한 명령 철회와 사과,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등 7대 개선안을 요구했다.

이번 만남을 계기로 의정대화의 물꼬는 텄지만,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은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하고 온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이미 증원하기로 한 2000명과 관련해 비수도권 의대를 중심으로 배정을 완료한 만큼 이를 돌리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회의가 끝난 후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다"고 짧게 올렸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의 내과 교수는 "전공의가 7대 요구안을 들고 갔는데 정작 논의 대상이 된 것은 전공의 처우와 관련된 내용 하나 밖에 없었다. 막상 이야기를 했을 때 다 논의를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라며 "실질적인 논의가 진행됐을 가능성은 낮아보인다"고 전망했다.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의 진료과 교수는 "대통령이 (전공의의) 입장만 확인하는 것에서 그치면 의료공백, 전공의 이탈 등 상황은 그대로 일 것"이라며 "대통령이 전공의의 요구조건을 얼마나 수용하느냐에 따라서 전공의 복귀 여부 등이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만남이 의료계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은 독단적인 만남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 때문에 향후 정부와 전공의단체 간 대화의 진척이 있더라도 전공의들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에 부딪힐 것이라는 의견도 주를 이뤘다.

대전성모병원을 사직한 전공의 류옥하다씨는 성명을 내고 "젊은 의사들 다수의 여론은 의대증원·필수의료패키지 백지화, 복지부 장·차관 경질,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필수의료 수가 해결 등에 대해 정부가 '신뢰할 만한 조치'를 보이지 않으면 테이블에 앉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에 있어 '언론 비공개'로 먼저 요청한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을 사직 전공의 중 한명이라고 밝힌 전공의는 "박단이 대표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결론이 나오더라도 전공의들이 이를 따를지는 미지수여서, 병원으로 전공의들이 복귀할 가능성은 낮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