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국회 운영위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4.7.1/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박찬대 국회 운영위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4.7.1/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대통령실이 제22대 국회가 출범한 이후 처음 출석한 운영위원회에서 야당 의원들과 날 선 공방을 주고받으며 충돌했다.

대통령실 주요 참모가 모두 참석한 가운데 운영위가 열렸지만 민생을 챙기기보다 각자 거부권과 특검법 명분 쌓기에만 매몰된 모습을 보였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열린 국회 운영위 현안질의는 192석 범야권 앞에 서게 된 대통령실이 걷게 될 험로를 예고하는 자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진석 비서실장을 포함한 3실장, 7수석, 안보실 1~3차장이 총출동해 상견례가 이뤄졌지만 첫 만남부터 대통령실과 야당은 주요 현안을 두고 강하게 맞붙었다.

더불어민주당뿐 아니라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까지 가세해 대정부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민주당은 해병대원 수사 외압 의혹과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논란 등 정권이 민감해하는 사안을 파고들며 공세를 펼쳤다.

민주당은 무엇보다 대통령실 내선번호인 '02-800-7070'을 반복적으로 거론하며 외압 의혹 정중앙에 있는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격노했다고 알려진 지난해 7월 31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가 끝날 무렵 이 번호로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가 걸려 왔고, 이 장관은 전화 직후 해병대원 사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야당은 윤 대통령이 직접 이 장관에게 전화했을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내선번호가 대통령실 어느 부서 번호인지 반복해서 캐물었다.

정 실장이 "대통령실 전화번호는 일체 기밀 보안사항"이라며 입을 닫자 여야 의원들이 고성을 주고받으며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민주당은 또 정권의 아킬레스건인 '영부인 리스크'를 잇달아 건드리며 명품가방 수수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여기에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도 "운영위 위원들이 대통령실을 방문해 디올백이 포장 그대로 보관돼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현장 실사를 간다면 협조할 것인가"라고 압박했다.

대통령실은 수세 속에서도 야당 주도 입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명분을 쌓는데 치중했다.

정 실장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는 법안은 대통령이 당연히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며 야당의 일방적 강행 처리 법안에는 재의요구를 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야당이 의석수를 앞세워 대화와 타협이라는 의회민주주의 본령을 훼손하는 모습을 부각하며 거부권은 불가피한 조치라는 점을 민심에 호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대통령이 속해 있는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합의한다면 이것은 또 다른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했다. 거야의 협력 의지 부재를 재차 부각하는 한편, 거부권이 상징하는 '불통' 이미지를 흐리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다.

공교롭게도 대통령실과 야당이 한 차례 충돌을 벌인 날 정부는 정무장관직 신설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 개편 방안을 내놨다.

지난 4월 총선 참패 후 3개월 만이다.

대통령비서실장으로 5선 의원 출신 정 실장을 발탁하고 용산 정무라인을 모두 개편한 데 이어 정무장관직까지 만들어 여소야대 국회와 소통을 늘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야당이 국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윤 대통령 탄핵 청원을 계기로 대정부 공세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어 협치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 실장은 관련 민주당 의원 질의에 "국회 청원은 국회에서 논의할 사항"이라고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