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5년도 예산안 등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4.12.1/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2025년도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을 하루 앞둔 1일 여야는 서로 상대를 압박하며 강하게 대립했다. 야당이 '감액안'을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단독으로 처리하며 강수를 두자 여당은 감액안을 취소하지 않으면 협상은 없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여야 모두 주력 사업 증액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협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대치 정국을 풀 계기를 마련하려면 상당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지난달 29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4조 1000억 원 감액만 반영된 예산안을 단독 처리하면서 갈등이 심화됐다.
예결위에서 여야 합의 없이 '감액 예산안'이 처리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헌법에 따르면 국회가 예산을 늘리거나 새로운 예산 항목을 신설하려면 정부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감액은 정부 동의 없이 할 수 있다.
민주당은 오는 2일 열리는 본회의에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을 모두 상정하겠다고 밝히면서도 협상 가능성은 열어뒀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의 전향적 태도가 있으면 추가적 협상 여지는 분명히 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도 "정부가 수정안을 내면 이후 저희와 협의하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감액안 철회와 사과가 선행되지 않으면 협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하게 나섰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같은 주장과 함께 "정부·여당이 저자세로 나오지 않겠냐, 무릎 꿇고 빌면서 정책 사업 예산을 반영시키지 않겠냐, 이런 헛된 망상은 버려라.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대통령실도 이날 국민의힘과 같은 조건을 내걸며 합의를 촉구했다.
여야가 서로 한발도 물러서지 않을 경우 감액만 반영된 예산안이 법정 시한인 2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도 있다. 추 원내대표는 "당정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모든 적법한 수단을 강구해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해 나가면서 예산 집행 준비에 만전을 기해나가겠다"며 감액안 통과도 불사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법정 시한이 도래했더라도 예산안을 반드시 2일 처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원내대표)와 합의한 경우 부의를 미룰 수 있기 때문이다. 2022년도(12월 3일)와 2023년도(12월 24일), 2024년도(12월 21일)에도 법정 시한을 넘겨 통과된 바 있다. 여야 합의가 이뤄질 경우 예산안 본회의 처리를 미루고 심사를 재개할 수 있는 것이다.
감액안이 이대로 통과되는 것은 정부·여당과 민주당에 모두 부담스럽기도 하다. 감액안에는 예비비 4조 8000억 원 중 절반이 감액됐고, 대통령실과 검찰, 경찰, 감사원의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가 전액 삭감됐다. 정부 역점 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동해 심해가스전 개발) 예산 사업은 505억 원에서 8억 원으로 줄었다.
감액안은 민주당에도 유리하지 않다. 민주당이 가장 주력했던 지역화폐 관련 사업 예산을 전혀 늘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민주당의 감액안을 밀어붙인 것은 지역화폐 예산 확보에 반대하는 정부·여당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란 분석이 나왔다.
아울러 지역 현안 및 민원성 사업 예산도 전혀 증액하지 못한 만큼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당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예산안이 여야 합의 없이 예결위를 통과한 것은 처음인 만큼 이대로 본회의에 상정하는 것은 우원식 국회의장에게도 부담스럽다. 우 의장은 이날 양당 원내대표에게 만찬을 제안하며 중재를 시도하기도 했다. 다만 추 원내대표가 거절하며 일단 불발된 상황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결국 예산안을 올린 뒤 정부가 증액안을 가져오면 이를 두고 여야 간 협상이 시작되지 않겠냐"며 "심사가 재개되면 2일 처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