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도 한층 멀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질 경우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어 한은이 방향을 틀기 부담스러운 환경이기 때문이다.
미 연준은 2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이후 세 차례 연속 0.25%포인트 인하 이후 첫 동결이다.
표결 결과는 찬성 10표, 반대 2표로,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와 스티븐 마이런 이사는 "추가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인하 사이클이 끝났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연준 내부에서도 속도와 시점을 둘러싼 온도차가 여전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파월 의장은 금리 동결을 결정한 직후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경제성장 전망이 작년 12월 FOMC 회의 이후 분명한 개선을 보였다"며 경제 상황에 대해 낙관적인 시각을 명확하게 언급했다.
이어 "지금의 금리 수준은 2% 수준의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이라는 연준의 두가지 목표 사이에서 직면한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며 당분간 동결 기조가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도 다음 달 26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6회 연속 동결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준이 금리를 묶으면서 한국(2.50%)과 미국(3.50~3.75%)의 기준금리 격차는 상단 기준 1.25%포인트를 유지하게 됐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휴식기는 대략 상반기까지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지난해 세 차례 인하의 배경이 됐던 고용시장 둔화는 일부 개선 조짐을 보이거나 속도가 느려진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인플레이션도 주시할 필요는 있으나 특별히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만한 부분은 찾기 어렵다"며 "3~4월 FOMC에서는 동결이 전망되며, 6월 FOMC 즈음에는 경제전망 재평가를 통해 다음 통화정책 변경에 대한 시그널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연준의 동결이 길어질 것이란 진단이 나오면서 한은이 서둘러 방향을 틀 명분은 약해진다. 한은이 이 시점에서 금리를 더 낮추면 원/달러 환율 상승과 외국인 자금 유출 압력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 고환율 국면에서 한·미 금리차 확대는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통화 완화 여력을 제한한다는 분석이다.
다만 환율이 진정되더라도 인상으로 선회하기도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5일 '범금융 신년 인사회'에서 "부문 간 격차가 큰 'K자형 회복'으로 체감 경기와 괴리가 클 것"이라고 언급했다.
경기 회복이 일부 산업·계층에 편중될 수 있는 만큼 경기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금리를 올리기보다는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시장에서는 올해 한은이 금리 조정 없이 제자리걸음을 할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김명실 IM증권 애널리스트는 "2026년 한은의 기준금리는 현행 2.50%로 동결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한은이 판단하는 성장, 물가, 금융안정 등 주요변수에 큰 이변이 없다면 사실상 인하 사이클은 종료된 것으로 판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