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6를 찾은 한 관람객이 반도체 웨이퍼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뉴시스

올해 한국 경제가 반도체 업황 호조에 힘입어 2% 안팎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성장 동력이 특정 산업에 과도하게 쏠리면서 업황 사이클에 따른 경기 진폭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6년 2월 경제전망 수정'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1.9%로 0.1%포인트 높여 잡았다. 반도체 시장의 슈퍼사이클 진입과 민간소비 회복세가 성장률을 끌어올린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최근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평균 2.1%로 상향 조정했으며, 공통된 이유 역시 반도체 업황 개선이었다.


수출 지표에서도 반도체의 독주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올해 1월 정보통신산업(ICT) 수출은 290억5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78.5% 급증하며 1월 기준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전체 수출에서 ICT가 차지하는 비중은 44.1%에 달했다. 이 중 반도체 수출만 205억5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두 배 이상(102.7%) 늘었다. 메모리 가격 반등과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 확대가 수출 단가를 끌어올린 결과다.

설비투자 전망도 반도체에 기댄 구조다. KDI는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을 2.4%로 내다보면서도, 반도체 관련 투자를 제외하면 증가세는 제한적이라고 부연했다. 수출 물량 역시 전년 대비 2.1%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미국의 관세 인상 등 대외 리스크에도 반도체 호조가 하방을 떠받치는 구조다.

문제는 이 같은 편중 구조가 양날의 검이라는 점이다. 호황기에는 성장률을 빠르게 끌어올리지만, 반도체 업황이 꺾이면 그 충격이 경제 전반에 고스란히 전달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반도체는 고용 창출과 내수 파급 효과가 자동차·조선 등 전통 제조업보다 상대적으로 작다는 평가를 받는다. 성장률 숫자가 개선되더라도 일반 국민이 느끼는 체감 경기가 동반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반도체가 전반적인 경제 수치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고용 창출이나 산업 연관 효과 면에서는 자동차·조선 등 전통 제조업에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반도체 산업의 높은 변동성이 한국 경제 전체의 경기 진폭을 키우는 구조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도체를 걷어내면 수출 증가세가 사실상 미미한 수준에 그친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달 비반도체 수출은 전년보다 16% 증가했지만, 반도체 수출의 폭발적 성장으로 인해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의 24.5%에서 31.1%로 크게 높아졌다. 쏠림 현상이 한층 심화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중심의 성장 구조가 지속되려면 비반도체 분야의 경쟁력 확충이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수출 품목 다변화 없이 반도체 한 우물에만 기대다가는, 업황이 하강 국면에 접어들 때 성장률 변동 폭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