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청년들의 삶은 시간이 지날수록 팍팍해져 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자리와 주거 문제가 점점 심해지고 있는 탓이다. 전문가들은 일자리·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게 쉽진 않겠지만 해답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중소기업 중심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공유 주거 모델 지원 확대가 대표 사례다.
'동행미디어 시대'(시대)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만난 청년들은 대부분 일자리와 주거 문제로 고통받고 있었다. 취업 준비에 매진하던 백유연씨(가명·25)는 신입으로 입사 지원해도 업무 경험을 요구하는 등 취업 문턱이 높다고 토로했다. 대학교 행정직 정규직으로 일하는 강찬호씨(가명·32)는 높은 집값과 대출 규제 등으로 내 집 마련 가능성을 희박하게 평가하며 자기 삶을 10점 만점에 5점으로 표현했다. 이 밖에 '쉬었음 청년' 김상연씨(가명·29), 프리랜서 황다정씨(가명·30)도 비슷한 불만을 내비쳤다.
청년들의 삶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일자리·주거 문제를 단번에 풀 수는 없겠으나 해결 방법은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중심에는 정부의 제도 개혁과 국민들의 인식 전환, 한국에 맞춘 해외 성공 사례 도입 등이 자리한다.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 필요…창업 확대 및 해외 사례도 고려해야
한원석 파이터치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일자리 문제 방안으로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자리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을 지원해 취업 가능한 일자리와 청년들이 희망하는 일자리 사이의 괴리를 줄이면 취업난이 해소될 수 있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선행돼야 할 중소기업 생산성 향상 과제는 '인공지능 전환'(AX)으로 풀 수 있다. 기업 운영 전반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해 예측과 자동화가 가능한 구조를 꾸리면 생산성이 높아질 것으로 한 연구원은 내다봤다.
한 연구원은 "대기업이 공급망 관리(SCM) 시스템을 통해 재고를 최적화하듯 중소기업도 AI로 발주를 자동화하면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은 대기업처럼 자체적인 AI 시스템을 구축할 자금과 인력이 부족하다"며 "정부가 업종별 AI 도입 수요 조사를 실시하고 바우처나 보조금 형태로 초기 비용을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들이 취업에서 눈을 돌려 창업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방법으로 개인 사업과 취업이 있는데 현재는 청년들이 취업에만 몰두하고 있어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상태다. 창업 후 회사가 자리 잡으면 새로운 일자리가 수십~수백개 생길 수 있다는 것도 창업의 장점이다. 단 청년 창업을 늘리기 위해서는 창업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정부의 증여세 완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 시각이다.
홍기용 인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부모에게 도움받는 걸 배제하다 보니 창업이 사라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부모가 자식에게 2억~3억원정도 창업자금을 지원하는 건 증여세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외 사례를 국내에 도입하는 것도 일자리 문제 해결 방법으로 언급된다. 의무 교육을 마친 15세 이상을 대상으로 현장실습과 직업훈련학교 이론 수업을 결합한 독일 '듀얼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듀얼 시스템은 기업이 훈련 직무를 직접 설계해 채용까지 주도하는 구조로 정부는 기업이 필요에 맞는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 청년의 안정적인 취업 및 노동시장 조기 진출이 장점으로 언급된다.
주거 문제, 전통적 금융지원은 한계…공공 중심 '코리빙' 대안
주거 문제 해법으로는 네덜란드 등에서 시행 중인 코리빙이 꼽힌다. 기존 정책인 저금리 전세대출 등 금융지원은 장기적으로 부채 상환 부담을 높여 청년의 경제적 자립을 가로막을 우려가 있다. 전통적인 지원 방식에 한계가 존재하는 만큼 새로운 형태의 주거 모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코리빙은 개인 공간을 보장하면서도 거실과 주방, 작업실 등을 공용 시설로 설계한 주거 형태를 의미한다. 다른 입주 청년들과 주거 비용을 분산해 금전적 부담을 줄이고 사회적 교류가 가능하도록 설계돼 정서적 안정을 얻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기존 하숙과 유사한 형태이지만 사생활 보호를 강화했다는 점이 차별화 요인이다. 부동산 스타트업 MGRV가 운영하는 '맹그로브'의 코리빙 서비스 연평균 객실 점유율이 95% 이상을 기록하는 등 국내 수요는 충분하다는 평가다.
새로운 주거 모델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공공 지원은 사실상 필수다. 민간 주도 모델은 임대료를 시세보다 낮추기 어렵고 물량을 늘리기도 쉽지 않다. 시장 논리만으로는 청년 주거난을 구조적으로 완화하기 어려운 만큼 공공이 주도할 필요가 있다.
최원철 연세대학교 미래부동산개발 최고위과정 책임교수는 "미국 등 해외는 이미 코리빙이 활성화돼 있지만 한국은 민간 사업자가 운영하다 보니 가격이 비싸다"며 "정부가 체계적으로 저렴하게 들어갈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비어 있는 상가나 지식산업센터 등을 주거용으로 전환해 코리빙으로 활용하는 것도 효율적인 방안"이라며 "사업자는 수익을 내고 청년들은 저렴한 월세로 양질의 주거 공간을 얻는 윈윈(Win-Win)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