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시행이 임박하면서 기업들이 제도 변화에 따른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다층적 협력 구조를 가진 자동차와 조선 업종을 중심으로 원청의 행정 부담이 급증할 전망이다. 하청 노조의 연이은 교섭 요구가 이어질 경우 원청 본사가 연중 행정 절차와 협상에 매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노조법 개정의 핵심은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사용자 범위에 포함시킨 것이다. 이에 원청 사용자는 하청 노동자와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없더라도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범위 내에서 부분적 사용자로서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자동차와 조선 산업은 수십에서 수백 개 협력업체가 공정별로 얽힌 하도급 구조를 갖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완성차 업체를 중심으로 1·2·3차 부품 협력사가 시스템으로 연결돼 있어 특정 공정의 교섭 결렬이 생산 라인 전체의 중단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조선소 역시 선박 블록 제작, 도장, 의장 설치 등 상당수 공정을 사내 협력업체가 맡고 있으며 하나의 야드 안에서 다수의 업체가 동시에 작업을 진행한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업체별 또는 직무별 노조가 조직돼 있는 경우가 많아 교섭 요구가 순차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조선업처럼 한 사업장 내에 수십 개의 협력사가 혼재된 경우 원청은 개별 하청 노조들의 요구를 관리하는 데 상당한 행정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산업계는 노조법 개정으로 노사 관계 경색과 경영 부담이 동시에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매출액 5000억원 이상 기업 100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87%가 개정 노조법 시행이 노사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구체적인 리스크로 '실질적 지배력 판단 기준의 모호성에 따른 법적 분쟁 증가'를 꼽은 기업이 77%로 가장 많았다. '원청의 결정 권한 밖 사항에 대한 교섭 요구'가 문제라고 답한 기업도 57.0%에 달해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와 조선 산업의 특성상 '교섭단위 분리' 여부도 핵심 쟁점이다. 원칙적으로 원청 사용자는 전체 하청 노동자 집단과 하나의 교섭단위를 구성하지만 업무 성질이나 근로조건의 현격한 차이가 있을 경우 단위 분리 신청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자동차 공장의 생산 라인 하청과 물류 하청 혹은 조선소의 용접 공정과 식당 보조 직무는 임금 체계와 작업 환경이 판이해 분리 요구가 잇따를 수 있다. 문제는 교섭단위가 분리될 경우 원청이 관리해야 할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각 단위마다 별도로 진행돼 관리 지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점이다. 노동위원회는 분리 결정 시 노조 간 갈등 유발 가능성을 우선 고려하게 되어 있어 상급 단체가 다른 노조들 사이의 세력 다툼이 원청의 행정 부담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원청이 사용자성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운 구조 역시 부담 요인이다. 공고를 거부하거나 절차를 지연할 경우 노동위원회가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이에 불응하면 교섭 거부·해태에 따른 부당노동행위로 사법 조치까지 이어질 수 있다.
노사 관계 판단이 행정 기관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도 지적된다. 원청은 사용자성 여부 판단을 위해 정부의 '단체교섭 판단 지원 위원회'의 지원을 받아야 하며 교섭 의제에 대한 이견이 발생할 경우에도 노동위원회의 최종 판단을 따라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와 조선처럼 협력업체가 많은 산업에서는 본사가 수십 개 하청 노조와의 교섭 절차를 1년 내내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 경우 경영진이 생산성 향상이나 미래 투자보다 노사 교섭 관리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