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일명 '노란봉투법'이 10일 본격 시행됐다. 첫날부터 노동계 출정식과 집회가 이어지면서 산업 현장의 긴장이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금속·공공운수·건설 등 산별노조를 중심으로 교섭 요구 공문을 원청 사업자 측에 보냈다. 900여개 사업장의 하청노조 조합원 13만7천여 명이 그 대상이다. 한국노총도 하청노조 교섭 지원 활동에 들어갔다. 산업계에선 올해 대규모 춘투(春鬪)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앞서 민주노총은 원청이 교섭에 응하지 않을 경우 7월15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경영계로선 시름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노란봉투법은 기존 노사관계의 큰 틀을 바꾸는 내용이다. 핵심은 '사용자' 기준을 원청으로 넓혀 하청 노동자의 교섭권을 보장하고, 사측의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데 있다. 근로조건에 영향을 주는 경영상 결정도 쟁의 행위 대상에 포함시켰다.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 2022년 대우조선해양 파업 등을 계기로 논의된 이 법은 지난해 8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는 지난 6개월간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시행령을 손질하며 제도 시행에 대비해왔다. 그러나 노사 모두 문제제기를 할 정도로 법 시행 직전까지도 논란이 이어졌다.
이 법이 추진된 배경에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에 따른 임금 격차와 손배소 남용 논란이 있었다. 그렇다 해도 앞으로 갈등과 혼선이 예상되는 대목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법은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실질적 지배력'이 있다면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규정했는데 그 판단 기준은 여전히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다. 노동부가 지침을 통해 사용자의 예시를 들었지만 자동차·조선 등 실제 현장에선 훨씬 더 복잡한 원·하청 구조가 존재한다. 하청 노동자들 사이의 이해관계가 엇갈릴 경우 교섭단위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역시 어려운 문제다. 경총이 노동계가 사용자 인정 가능성과 무관하게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업들은 경영 활동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위기 대처 능력이 제한될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사업재편 과정에서 노사 갈등이 커지고 파업 리스크가 증폭될 가능성도 있다. 기존에는 임금과 근로시간 등이 주요 교섭 대상이었지만, 개정법 시행으로 인수합병, 매각, 해외생산시설 증설도 구조조정이 동반되면 파업 의제가 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현대모비스 자회사 노조는 노란봉투법 시행 첫날 '램프사업 매각 불가'를 요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원청과 하청 간 임금·고용 이슈를 둘러싸고 '노노 갈등'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회사가 줄 수 있는 파이는 어느정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이 심각할 경우 자동화나 시설 해외 이전으로 노동자 일자리가 줄어드는 역설적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해소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단 노사 모두 열린 태도가 중요하다. 노조는 권한이 커진 만큼 책임도 자각하고 무리한 요구나 과도한 실력행사는 절제해야 한다. 경영계도 교섭을 회피하기보다 상생의 해법을 더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필요한 건 정부의 역할이다. 분쟁의 빈틈을 줄일 상세한 지침을 마련하고, 필요하다면 보완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특히 교섭 대상 등 쟁점을 판단하는 노동위원회의 역할이 핵심이다. 노동위는 중재자로서 노사 어느 쪽에 치우치지 않는 공정하고 중립적인 판단으로 신뢰를 쌓아야 한다. 그런 믿음이 있어야 현장의 혼란도 줄일 수 있다. 기업의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건강한 노사관계를 구축하는 일에 노·사·정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