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천 소재 유치원 교사가 독감 확진 판정을 받고도 3일 동안 출근하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20일 머니투데이에 따르면 부천시 한 유치원 교사인 20대 여성 A씨는 지난 2월14일 B형 독감으로 인한 패혈성 쇼크로 중환자실에서 사망했다.
A씨는 지난 1월27일 B형 독감 판정을 받았으나 확진 이후에도 같은 달 30일까지 유치원에 정상 출근 한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오후 고통을 호소해 조퇴한 그는 다음 날인 31일 병원에 입원해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그러나 이미 치료가 늦어 폐렴 및 패혈증 등 합병증으로 이어진 상태였다.
결국 A씨는 독감 확진 판정 18일 만에 연쇄알균 독성쇼크 증후군과 폐 손상 등에 따른 패혈성 쇼크로 세상을 떠났다.
A씨 남자친구는 "독감 판정을 받은 다음 날 목소리와 미각을 잃은 상태였다. 사흘째 되던 날 열이 39.8도까지 올랐다"며 "당연히 아프면 쉰다고 말해야 하지만 유치원이라는 곳은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을 가르치고 보호하는 곳인데 독감에 걸려 고열이 나는 상항 속에서도 출근하지 말라고 안 한 책임자 잘못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토로했다.
A씨 동생 역시 "저희 언니는 책임감이 강한 교사였다. 아픈 상태로 근무하던 언니는 가족에게 '눈치가 보여 퇴근 못 하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런데도 충분한 휴식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평소에도 눈치를 보던 초임 교사가 조퇴 의사를 밝히는 것이 쉬운 상황이었는지 의문"이라고 호소했다.
다만 유치원 측 입장은 달랐다. 유치원 측 관계자는 "A씨가 사망 전 병가나 조퇴를 요청하지 않았다. 외관상 근무가 어려울 만큼 건강 상태가 나빠 보이지 않아 병가 사용을 권하지 않았다"며 교사가 아파서 결근할 경우 연차 소진 없이 병원에 갈 수 있도록 조치 중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A씨 동생은 "교육기관은 아이들뿐 아니라 교사 건강 또한 보호할 책임이 있다. 더 적극적으로 상태를 확인하고 휴식을 권하는 과정이 있었다면 언니가 분명히 쉬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현장 교사들은 연말연시 발표회와 졸업식 등 업무가 몰리는 시기라 연차나 병가 사용이 어려운 분위기였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체 인력이 부족해 아파도 출근하는 것이 유치원 교사의 관례라는 의견도 있다.
이에 지난 19일 진보당 부천시지역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이번 사태는 열악한 노동 환경과 관리자의 무책임이 빚어낸 명백한 구조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경기도교육청과 부천교육지원청에 ▲업무상 재해 인정 ▲유가족에 대한 사죄 ▲관리자의 보결 수업 투입 의무화 및 대체 인력 확충 ▲관내 유치원 복무 위반 전수조사 등을 촉구했다.
현재 유가족은 유치원 측으로부터 어떠한 사과도 받지 못한 상태다. A씨 아버지가 산재 처리 요청을 위해 유치원을 방문했지만 유치원 측은 변호사를 선임했다. A씨 동생은 "저희는 이 사안을 개인의 선택으로만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부디 유사한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공론화되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