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지난주 발표한 '8·13 부동산 공급대책'의 일환으로 서울 용산공원 터에 청년을 위한 대규모 임대주택 단지 조성을 검토하고 있다. 300만㎡ 규모인 용산공원 가운데 약 10%인 용산어린이정원 등지에 청년·신혼부부가 거주할 임대주택 단지를 만드는 방안이다. 도심에 가까운 용산공원 이상으로 '직주근접'을 선호하는 청년층을 만족시킬 대규모 주택용지를 찾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런 정부 움직임에 발맞춰 수일 내에 공원·녹지 기준을 완화하는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처리할 방침이라고 한다.
정부로선 '8·13 대책'을 통해 수도권에서 추가로 신규택지를 확보한다고 밝히고도 후보지를 확정하지 못한 공급 규모가 7만3000채에 달하는 만큼 용산공원 부지를 일부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인 듯하다. 문제는 서울 한복판에 거의 마지막으로 남은 대규모 녹지를 고밀도로 개발해 임대주택을 짓는 게 적절하냐는 논란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한미 양국이 1990년 미군기지 이전에 합의한 후 장기간 사회적 논의 끝에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특별법을 제정해 최초의 국가공원으로 지정한 곳이 용산공원이다. 일부라도 주택용지로 쓰려면 법을 고쳐야 한다.
여당이 법을 고치고,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구계획을 승인하면 개발은 강행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도심내 주택공급 부지 확보가 절실하다는 이유로 노무현, 문재인 등 민주당 전임 정부들이 견지했던 '한국판 센트럴파크'를 만들겠다는 약속, 녹지보전의 원칙을 하루아침에 허문다면 서울시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서울시, 용산구의 제대로 된 협조가 없으면 지자체 소관인 교통망 확충, 상하수도 건설 등 인프라 조성에도 난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토양오염 정화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려 정부가 기대하는 2028년 착공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주택 공급 방향을 놓고 정부와 서울시가 연일 정치적 힘겨루기를 하는 듯한 양상마저 벌어지고 있다. 18일 을지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공급을 늘리자는 것이지, 집값을 폭등시킬 가능성을 높여서는 안 된다"며 재개발·재건축 용적률 완화 등을 요청한 오세훈 서울시장을 겨냥했다. 오 시장은 국무회의에 참석한 후 "용산공원에 아파트를 짓는 문제에 대해 분명히 반대의 뜻을 말씀드렸다"며 '1cm도 양보 못한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현재로선 용산공원 부지 확보를 서두르기보다, 국민과 서울시민의 의견을 폭넓게 구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보전가치를 잃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규제완화를 통한 재건축·재개발 촉진 등 접점을 찾을 수 있는 현실적 대안 중에서 먼저 공급의 돌파구를 여는 것도 방법이다.
![[시대와의대화] "역대 대통령은 왜 한결같이 실패했나" 김종인 위원장을 만나다](https://i.ytimg.com/vi/q58Lag9U4j4/hqdefault.jpg?width=1920&quality=75)
.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