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제52기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 현장. /사진=고려아연

지난해 통과된 상법 개정안에 선제 대응하려던 고려아연 계획이 무산됐다. 24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 안건'이 최종 부결된 탓이다. 고려아연 현 이사회가 지지하는 안건으로 전체 주주의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했지만 정족수에 미달하면서 MBK파트너스·영풍 측의 반대로 부결됐을 수 있다는 게 IB업계의 분석이다.

이날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분리선출 감사위원 2인 이상을 선출하기 위한 정관 변경 안건(2-8호 의안)이 기각됐다. 해당 안건은 출석 의결권의 3분의 2 및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의 찬성을 요구하는 특별결의 안건이다.


2-8호 의안에는 고려아연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2087만2969주 중 1853만189주의 의결권이 행사됐으며 993만887주의 의결권이 찬성 의사를 밝혔다. 출석 의결권 대비 53.59%, 발행주식 대비 48.71%가 찬성했다. 고려아연 현 이사회가 지지하는 안건이지만 전체주주의 절반 가량이 반대하면서 특별결의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2-8호 의안은 오는 9월 시행되는 개정 상법을 선제적으로 적용하기 위한 안건이었다. 고려아연은 개정 상법에 따라 9월까지 분리선출 감사위원 1명을 추가 선임해야 한다. 이에 고려아연 이사회는 이번 주주총회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6인의 이사 중 5인만을 선임하고 남은 자리는 분리선출 감사위원 1인을 선출하자는 유미개발의 주주제안을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ISS·글래스루이스를 비롯한 국내외 의결권자문사 7곳과 국민연금 역시 해당 안건에 찬성했다.

반면 MBK·영풍 측 대리인은 이날 주총에서 "상법 개정안의 시행일이 오는 9월인 만큼 시간적 여유가 있다"며 사실상 안건을 반대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고 결국 안건이 무산됐다.


분리선출 감사위원 2인 확대 안건이 부결되면서 고려아연은 오는 9월 이내에 별도로 분리선출 감사위원을 선임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9월까지 분리선출 감사위원을 뽑지 못할 경우 사실상 불법 상태에 놓일 수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또다시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통과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단 진단이다. 여기에 추가적인 비용과 시간을 들여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해야 한다는 부담도 더해졌다. 경영권 분쟁 양 당사자의 갈등 상황이 임시주주총회 과정에서 불거지면서 회사 운영의 불안정성이 가중되고 미국 크루서블프로젝트 진행 등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IB 관계자는 "의결권자문사들과 국민연금이 모두 지지한 안건마저 MBK·영풍 측이 반대했다면 이는 그동안 주장해온 거버넌스 개선 등의 명분을 크게 약화하는 행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시장과 다른 주주들 입장에서도 MBK·영풍 측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