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관계자가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스1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 고착되면서 고환율 장기화에 따른 부담이 은행권 건전성으로 번지고 있다. 외환당국이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서며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한 달 만에 감소 전환한 가운데 은행권의 자본건전성 지표도 고환율 여파에서 자유롭지 않은 모습이다. 고환율이 장기화할 경우 은행권은 외화조달 비용뿐 아니라 외화자산 환산에 따른 위험가중자산 증가, 자본비율 관리 부담까지 동시에 안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13.6원 오른 1530.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 시작가가 1530원을 넘긴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지난 5월 평균 원/달러 환율은 1490.11원으로,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2일까지 12거래일 연속 1500원대로 장을 끝냈다.


고환율 대응 과정에서 외환당국의 시장 안정화 조치도 이어지면서 외환보유액은 한 달 만에 감소 전환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269억9000만달러로 전월 4278억8000만달러보다 8억8000만달러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감소세를 이어가다 4월 반등했지만 한 달 만에 다시 줄었다. 한은은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와프를 비롯한 시장 안정화 조치 영향으로 외환보유액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고환율 부담은 은행권 자본비율에도 반영되고 있다. 지난 3월 말 국내은행의 보통주자본비율은 13.41%로 전년 말 13.50%보다 0.09%포인트 하락했다. 기본자본비율은 14.66%로 같은 기간 0.13%포인트 낮아졌고, 총자본비율은 15.64%로 0.19%포인트 떨어졌다. 단순기본자본비율도 6.65%로 전년 말 6.77% 대비 0.12%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말 은행권 자본비율은 결산배당 확대와 환율 상승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하락한 바 있다. 올해 1분기에는 기업익스포저 증가와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화자산 위험가중자산 증가가 겹치면서 위험가중자산 증가폭이 보통주자본 증가폭을 웃돌았다.

은행의 BIS 기준 자본비율은 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눠 산출한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은행이 보유한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액이 커지고 이에 따라 위험가중자산도 늘어날 수 있다. 자본 증가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비롯한 자본비율은 낮아진다. 환율 상승이 은행권 자본건전성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하는 구조다.

환율은 단순한 외환시장 변수에 그치지 않는다. 은행이 외화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때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외화대출과 수출입기업 여신을 보유한 은행은 차주의 신용위험까지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

특히 하반기에는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 은행권의 주주환원 확대와 건전성 관리 사이의 균형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주요 금융지주들은 이미 주주환원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KB금융은 보유 자사주 전량 소각과 6000억원 규모의 추가 매입·소각을 추진 중이다. 신한금융은 주주환원율 상한을 없앴고 하나금융은 총주주환원율 50% 달성 시점을 올해로 앞당기겠다는 방침이다. 우리금융은 총주주환원율을 지난해 36.8%에서 올해 40%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밸류업과 주주환원 확대를 주문하는 동시에 충분한 손실흡수능력 확보도 요구하고 있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이 확대될수록 자본 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만큼 고환율 장기화 국면에서 정교한 자본비율 관리는 은행권의 핵심 과제가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환율이 높은 수준에서 장기간 머물고 있어 은행권도 외화유동성, 자본비율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부담이 누적되면 은행권의 자본관리와 수익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