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올해 2분기 유럽 시장에서 판매 인센티브를 확대해 수익성이 악화했다.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가격 공세 대응 차원이지만 점유율 확대 등 실질적인 효과가 미미해 실적 부담만 커졌다는 평가다. 단기적인 할인 경쟁을 넘어 상품성과 원가 경쟁력을 높일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 2분기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0.8% 감소한 2조8509억원을 기록했다. 기아도 4.9% 준 2조6285억원에 그치며 양사 모두 수익성이 악화했다. 유럽 시장에서 중국 완성차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이 심화하면서 판매 인센티브를 확대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인센티브는 판매를 늘리기 위해 딜러나 소비자에게 지원하는 판촉 비용으로 늘어날수록 대당 수익이 줄어든다. 현대차는 2분기 가격 인상 효과를 제외한 순수 인센티브 비용으로만 약 4000억원을 지출했다. 기아도 인센티브·가격요인에서 7230억원의 이익 감소가 발생했다.
김승준 기아 재경본부장은 "대당 평균 인센티브는 미국에서 전년 대비 약 400달러, 유럽에서는 약 1000유로 늘었다"며 "유럽의 경우 중국 업체에 대응하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인센티브 확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공격적인 인센티브 확대에도 현대차·기아의 시장 점유율은 하락했다. 상반기 유럽 자동차 시장은 723만2066대로 전년 동기 대비 6.1% 성장한 반면 현대차·기아의 점유율은 7.4%로 0.5%p 낮아졌다. 현대차는 3.4%로 0.5%p 하락했고 기아는 4.0%로 지난해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현대차의 상반기 유럽 판매량이 24만3828대로 전년 동기 대비 8.7% 감소하며 부진했다. 아이오닉 5와 코나 EV 중심의 제한적인 전기차 라인업이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하반기 소형 전기 해치백 '아이오닉 3'를 출시해 판매 반등을 노릴 계획이다.
기아는 상반기 유럽 판매량이 29만697대로 전년 동기 대비 6.9% 늘었다. EV2·EV3·EV4·EV5 등 대중형 전기차 라인업을 앞세워 당분간 수익성보다 시장 점유율 확대에 집중할 방침이다. 김 본부장은 "저가형 차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EV 수익성을 일정 부분 양보하더라도 마켓셰어를 늘리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유럽연합(EU)의 중국산 전기차 관세에도 중국 업체들의 공세는 거세지고 있다. BYD의 상반기 유럽 판매량은 17만4144대로 전년 동기 대비 146% 증가했고 체리자동차도 15만5800대를 판매하며 306% 성장했다. 지리그룹과 상하이자동차, BYD, 체리자동차, 립모터 등 중국 브랜드의 상반기 합산 시장 점유율은 9.3%로 현대차·기아(7.4%)를 앞섰다.
이들은 배터리와 전장 부품의 현지 공급망을 구축하며 원가 절감도 꾀하고 있다. 향후 중국 업체들의 유럽 내 생산이 확대되면 현대차·기아의 가격 경쟁력은 더욱 약화할 수 있다. 단기 인센티브에 기반한 출혈 경쟁은 한계가 뚜렷한 만큼 현지 생산 확대, 상품성 개선 등 근본적인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생산 원가와 부품 공급 단가를 낮추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현재의 공급망을 그대로 유지하면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유럽 등이 자국 산업 보호에 힘쓰고 있는 상황에서는 현지 생산과 일자리 창출을 통해 해당 지역 산업에 스며들어야 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