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가 상장 후 첫 보호예수 해제를 앞두고 오버행(잠재 매물)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실제 대규모 매물 출회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주가가 재무적투자자(FI)들의 기대 수익률에 못 미치는 데다 향후 실적 개선과 기업가치 재평가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어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5일 케이뱅크 보호예수 물량 3575만9040주가 해제된다. 전체 상장주식 수의 약 9% 규모다. 이번 물량은 베인캐피탈 계열 특수목적법인(SPC)인 BCC KINGPIN과 MBK파트너스 계열 KHAN SS,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계열 SPC인 카니예, 제이에스신한파트너스, 한화생명 등 FI 보유분이 대부분이다.
이들 FI는 상장 과정에서 일부 구주매출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한 뒤 약 1억주 규모의 잔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에 풀리는 물량은 잔여 보유분의 약 35% 수준으로 시장에서는 단기 수급 부담 요인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실제 매도 여부는 미지수다. 주요 FI들은 2021년 유상증자 당시 주당 6500원 수준에 투자했다. 시장에선 연 8% 수준의 목표 수익률을 고려할 경우 기대 회수 가격이 9000원 안팎에 형성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현재 주가가 5000원대 중반에 머물면서 투자단가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어서 FI들이 서둘러 엑시트에 나설 유인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가격에서 지분을 처분하는 것은 미래 기대수익을 포기하고 손실을 확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당장 현금화가 시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주가 회복 가능성을 지켜보며 매각 시점을 조절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보호예수 해제 자체보다 케이뱅크의 펀더멘털 개선 여부가 FI들의 투자금 회수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증시 자금이 대형주 중심으로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인터넷은행주에 대한 재평가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케이뱅크는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33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06.8% 증가했다. 개인사업자 중심 기업대출 확대가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수신 잔액은 28조2200억원, 여신 잔액은 18조7500억원으로 각각 증가세를 이어갔다.
시장에선 케이뱅크의 연간 순이익이 1000억원대 중후반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기록한 역대 최대 실적을 웃도는 수준으로, 2017년 출범 이후 최대 이익 규모가 될 가능성이 크다. 개인사업자 중심 기업대출 확대가 안착하면서 이익 체력이 한 단계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케이뱅크 목표주가로 9000원을 제시한 바 있다.
더불어 최근 반도체와 대형주 중심으로 쏠렸던 시장 자금이 점차 금융주 등으로 확산될 경우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인터넷은행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향후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경우 은행권의 수익성 개선 기대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케이뱅크는 IPO를 통해 자본비율 부담을 해소한 데다 개인사업자·중소기업 대출 확대를 통해 성장 기반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기 회복과 함께 개인사업자 건전성이 개선될 경우 대손비용 부담이 완화되고 대출 성장에 따른 이자이익 증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FI들이 투자할 당시에는 일정 수준 이상의 성장성과 기업가치를 전제로 자금을 집행했을 것"이라며 "현재 가격에서 손실을 감수하고 매도하기보다는 향후 실적 개선과 기업가치 재평가 가능성을 지켜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수급상 소외돼 있지만 실적 개선 흐름이 이어지고 금융주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회복된다면 케이뱅크 역시 재조명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