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피지컬 AI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가운데 한국을 다시 찾아 여러 기업 총수들과 만난다. 사진은 올해 1월 열린 CES 2026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모습. /사진=뉴스1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약 7개월 만에 한국을 방문한다. 지난해 방한이 그래픽처리장치(GPU) 판매와 인공지능(AI) 관련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였다면 이번엔 피지컬 AI 고도화에 필요한 제조 데이터를 확보하고 파트너를 물색하려는 목적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젠슨 황 CEO는 이날 오후 1시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해 같은 날 저녁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 일대 삼겹살 음식점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 국내 기업 총수들과의 회동을 시작으로 나흘간 방한 일정에 돌입한다.


일정을 고려할 때 이번 젠슨 황 CEO의 방한 목적은 지난해와 크게 달라진 것으로 관측된다. 젠슨 황 CEO는 지난해 10월 한국을 찾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 회장과 서울 강남구 한 치킨집에서 이른바 '깐부 회동'을 가진 뒤 다음 날 경주 APEC 정상회의 현장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만났다. 일정을 마친 뒤 귀국길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에 총 26만장의 GPU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들과의 협력을 확대하겠단 의도도 있었으나 엔비디아 GPU 공급 기반을 넓히려는 의도가 짙었다는 평가다.

반면 올해 젠슨 황 CEO는 로봇과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실제 현장에서 적용 중인 기업과 스타트업, 연구진 등을 폭넓게 만난다. 한국 기업이 보유한 제조 데이터와 연구 인프라를 엔비디아 피지컬 AI 플랫폼에 활용하기 위한 협력망 구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피지컬 AI는 로봇과 자율주행차, 산업 장비 등이 현실 공간을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해 행동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언어와 이미지를 학습하는 생성형 AI와 달리 물체의 움직임과 마찰, 작업자 동선, 예상치 못한 장애물 등 현장에서 발생하는 여러 변수까지 학습해야 한다. 엔비디아가 가상공간에서 로봇을 훈련시키고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지만 피지컬 AI가 현실에서 안정적으로 구동되려면 실제 현장 데이터 활용이 중요하다.


한국은 반도체와 자동차, 전자제품 등 피지컬 AI를 적용할 제조업이 밀집된 데다 AI 인프라와 소프트웨어 생태계도 갖추고 있다. 미국의 첨단 AI 반도체 수출 통제와 기술협력 감시가 이어지면서 제조업 강국인 중국과 협업을 확대하기 부담스럽다는 점도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높였다. 지난해부터 공고히 해 온 한국 기업과의 협력 관계 역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젠슨 황 CEO와 만나는 기업들은 다방면의 제조 데이터를 보유함과 동시에 피지컬 AI를 실제 현장에 적용해 성능을 검증할 사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 대표적으론 이번 회동서 젠슨 황 CEO와 처음 마주하는 구 회장의 LG그룹이다. 생활가전과 스마트홈 등을 통해 가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부터 여러 계열사 생산 현장에서 축적되는 데이터까지 확보하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의 디지털트윈 플랫폼 '옴니버스'를 활용한 시스템도 글로벌 생산거점에 구축하고 있다. 젠슨 황 CEO 입장에선 제조 데이터를 자사 플랫폼과 연계하고 피지컬 AI를 실제 현장에 적용하기 용이한 LG그룹의 파트너 가치가 높을 수밖에 없다.

'깐부 회동'에 이어 이번 회동까지 참석이 예상되는 현대차그룹도 완성차 공장 현장 데이터와 차량 운행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이미 지난 회동 직후 엔비디아와 블랙웰 GPU 5만장을 기반으로 AI 팩토리를 구축하고 자율주행·스마트팩토리·로보틱스 분야의 통합 AI 모델을 공동 개발·검증·실증하기로 했다. 이번 회동을 계기로 양사의 협력 관계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그룹 역시 건설기계와 발전설비, 협동로봇 등 실제 산업 현장에서 축적한 운용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사업 영역별 현장도 두루 갖춘 만큼 피지컬 AI 기술을 실제 환경에 적용하기에도 용이하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회동이 GPU 공급과 AI 협력에 무게를 뒀다면 이번 회동은 국내 기업들이 보유한 제조 데이터와 AI 인프라를 기반으로 피지컬 AI 협력을 구체화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엔비디아 입장에서 한국은 피지컬 AI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실제 산업 현장 적용 사례까지 빠르게 축적할 수 있는 매력적인 파트너"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