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정점식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가 제22대 국회(2024년 5월~2028년 5월) 후반기 원 구성에 속도를 내자는 데 뜻을 모았다. 그러나 법제사법위원장직 배분 등을 놓고 양측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협상에 진통이 예상된다.
한 원내대표는 11일 국회 본관에 위치한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정 원내대표와 만났다. 정 원내대표의 예방은 전날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지 하루 만이다. 두 원내대표는 웃으며 악수했고 초반 덕담을 주고 받았다.
한 원내대표는 "정 대표님은 여야에서 인품이 아주 훌륭하시고 합리적이시고 많은 의원과 교감하시고 소통하시면서 업무를 아주 잘하신 분으로 정평이 나있다"며 "당 정책위의장도 두 번 하시면서 실력이 입증된 그런 분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한 원내대표님은 항상 소탈하시고 원만하신 성격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첫 걸음을 떼는 저로서는 우리 한 대표님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덕담 이후에는 법사위원장 등 상임위원회 구성 등을 놓고 미묘한 기싸움을 펼쳤다.
한 원내대표는 "선거관리위원회 문제, 중동 상황 등으로 민생이 만만치 않으니 여야가 날을 새워서라도 빨리 원 구성을 해서 일하는 모습, 효능감 있는 모습으로 국민께 평가받는 국회가 되도록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 원내대표는 "원 구성을 빨리 해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빨리 하면 하루 이틀 만에도 합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거대 의석을 가진 민주당의 한 원내대표께서 많은 양보를 해주시면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날을 세웠다. 그는 "민주당은 '국회의장은 1당, 법제사법위원장은 2당'이라는 견제와 균형의 관례를 복원해야 한다"며 "후반기 원 구성에서 법사위원장을 2당 몫으로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두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2시 조정식 국회의장을 예방해 원 구성 협의를 이어갔다. 조 의장은 이날 양측에 "후반기 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들께 '일하는 국회' '민생 돌보는 국회'를 보여드리기 위해 무엇보다 원 구성이 시급하다"며 "두분의 뛰어난 역량으로 원 구성을 조속 마무리해주길 당부드린다"고 했다.
법사위는 본회의로 가는 모든 법안이 거치는 관문이다. 위원장을 맡느 정당이 입법에 대한 강력한 영향력을 갖는다. 거대 의석을 앞세운 민주당이 위원장 자리를 내줄지가 협상의 최대 변수다. 전반기 법사위원장은 정청래 대표에 이어 추미애 전 의원이 맡은 바 있다.
상임위원장 배분에 관한 규정은 없지만 13대 국회(1988년 5월~1992년 5월) 이후 교섭단체 간 의석수 비율에 따라 배분하는 관례가 이어져 왔다. 통상 운영위원장은 여당이, 법안의 체계·자구 심사권을 갖는 법사위원장은 원내 2당이 맡았다. 2008년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 야당 몫이었지만 2016년 6월 출범한 20대 국회에서 여당이 가져가며 관행이 흔들렸다.
민주당은 법사위뿐만 아니라 경제 입법을 담당하는 재정경제기획위와 정무위도 여당이 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1당이 국회의장을, 2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는 관례를 따라야 하며 법사위를 포함해 경제·외교·안보 부처를 중심으로 최소 7개 상임위 위원장을 야당이 맡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통화에서 법사위 등 상임위 구성과 관련해 "협치는 더 힘이 있는 곳에서 양보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라며 "조 의장의 중재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