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7월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홈플러스 긴급운영자금 결정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사실을 적시해도 타인의 명예를 훼손했을 때 처벌하는 형법상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의 적용 범위를 '사생활의 중대한 비밀'로 축소하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27일 국회에 따르면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재선·경기 안양시동안구갑)은 지난 2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형법 개정안을 여당 의원 12명과 함께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더라도 그 사실이 '개인의 사생활에 관한 중대한 비밀'에 해당할 때만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행 형법 307조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신문·잡지·라디오 등 출판물을 이용한 경우에는 가중처벌한다. 지금은 적시한 내용이 진실이어도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있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논란이 이어져 왔다.

민 의원은 제안설명에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개인의 은밀한 사생활이나 숨기고 싶은 과거의 악의적인 유포를 방지해 개인의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을 보호하는 순기능이 있다"면서도 "권력자의 비리나 유명인의 부도덕한 행위 등 공익을 위한 정당한 폭로마저 위축시켜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11월 국무회의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사실적시 명예훼손 제도를 동시에 폐지하는 것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있는 사실을 말한 것을 명예훼손으로 형사처벌할 게 아니라 민사로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개정안에는 헌법재판소 결정도 근거로 담겼다. 헌재는 2021년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해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다만 당시 재판관 4명은 "진실한 것으로서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하지 아니한 사실 적시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일부 위헌 의견을 냈다. 같은 해 국가인권위원회도 표현의 자유 위축을 이유로 해당 조항 폐지를 권고했다.

지난해 정보통신망법 개정 때 정비되지 않고 남은 사실 적시 명예훼손 조항의 독소 논란이 이번 형법 개정으로 완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온라인 명예훼손을 규율하는 정보통신망법과 달리 형법 조항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공익 목적의 폭로까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다만 처벌 범위를 사생활의 중대한 비밀로 좁히더라도 기준이 모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 보호 중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으려면 국회 심사 과정에서 이 기준을 구체화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