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가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 과정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한 후보자는 프로젝트를 총괄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서 "정부를 믿고 창업에 도전한 분들의 신뢰를 지켜드리지 못했다"며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총리 인사청문회를 준비 중인 상황에서 직접 고개를 숙인 것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보안 사고를 넘어 정부의 관리 책임 문제로 번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모두의 창업'은 국민 누구나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추진된 사업이다. 6만3000명의 지원자가 몰릴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고, 이재명 대통령도 "큰 성과에 감사하다"고 치하했다. 그러나 1차 합격자 5000명을 선정한 뒤 이들의 이메일 주소와 사업 아이디어를 요약한 정보 등이 외부로 유출되면서 파장이 커졌다. 창업을 꿈꾸는 이들이 정부를 믿고 제출한 소중한 정보가 허술한 관리 속에 노출된 것이다.
더욱 심각한 점은 이번 사고가 외부 해킹이 아니라 참가자 지원을 위해 정부 프로젝트에 참여한 솔루션 업체의 소행으로 파악됐다는 사실이다. 해당 업체는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개인정보에 접근해 자료를 확보한 뒤 합격자들에게 홍보 메일까지 발송했다고 한다. 익명의 국내외 해커가 서버를 공격하는 일반적인 사례와 달리, 정부 사업에 참여한 기업이 정보 유출의 당사자가 됐다. 해당 업체를 어떤 기준과 절차로 선정했는지, 참여 기업들에 대한 보안 점검과 감독은 제대로 이뤄졌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유출 파문에 앞서 진행된 프로젝트 출범식 현장은 창업에 대한 열정과 희망으로 가득했다고 한다. 합격자들은 창업 경험이 전무한 30대 신혼부부, 카이스트에서 공부한 태국인, 부도 경험이 있던 60대 남성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들고 참여했다. 모두가 수개월, 수년을 준비하고 고민한 사업 아이디어였을 것이다. 이런 무형의 지적 재산을 다루는 프로젝트라면 무엇보다 철저한 보안 체계가 필수적으로 전제돼야 한다. 일각에선 정보 유출 조짐이 한 달 전부터 있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보안 의식과 대응 전반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정부는 한 총리의 사과 직후 창업자 아이디어를 전자문서 형태의 영업비밀로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 원인 규명도 분명하게 이뤄져야 한다. 유출 경위를 제대로 파악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고, 책임 소재도 분명해진다. 정부는 민간 기업이 해킹으로 뚫리면 막대한 과징금을 매기고 재발 방지 대책을 주문한다. 그런 정부가 직접 추진한 사업에서 벌어진 사고라면 더욱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