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위산업의 위상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가운데 최근 한 방산업체 임직원이 방위사업청 공무원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되면서 관련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국내 방산업체들은 내수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유럽과 중동, 동남아시아 등으로 수출 시장을 넓히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무기체계의 성능뿐 아니라 기업과 국가에 대한 신뢰도 방산 수출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사건의 성격상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지만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을 기업의 조직적인 비리로 성급하게 규정하는 것 역시 경계할 필요가 있다.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LIG D&A) 관계자가 방위사업청 직원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됐다. 회사 측은 임직원이 뇌물을 건넸다는 의혹 자체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관련 규정과 절차를 준수해 사업을 수행해 왔으며 법적 절차를 통해 사실관계를 가려내겠다고 했다.
구속된 것을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기에 검찰이 확보한 자료와 수사 결과를 토대로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히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구속 자체가 유죄 확정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실제 금품 제공이 있었는지, 금품과 사업상 편의 사이에 대가관계가 있었는지, 기업 차원의 관여가 있었는지는 앞으로의 수사와 재판을 통해 확인할 부분이다.
과거 방산 관련 사건에서도 수사 단계에서 제기된 의혹과 최종 사법 판단 사이에 차이가 있었던 사례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보병용 대전차 유도무기 '현궁' 사례다. 당시 개발 과정에서 비리 의혹이 제기돼 연구원들이 기소됐다. 그러나 2017년 항소심에서 관련 연구원 전원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연구원 1명이 감사와 수사 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이 사례로 인해 모든 방산 비리 수사를 부정적으로 봐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국민 세금이 투입되고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방위사업에서 비리 의혹은 모두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의혹을 제기하는 것과 그 의혹이 사실이라고 결론 내리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특히 개별 공무원의 일탈 가능성과 기업 차원의 조직적 비리는 반드시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방위사업청도 이번 사건에 대해 직원 개인의 일탈로 보고 있다고 밝히면서 제안서 평가 등 사업 추진 과정에 영향이 없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조직의 비리로 확대해서 해석할 필요는 없다. 개인의 비위 여부를 확인하는 것과 방위사업의 평가·획득 시스템을 보완하는 것은 별개이기 때문이다. 관련 기업 역시 수사와 재판을 통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해 의혹을 해소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번 사건의 파장이 국내에만 그치지 않을 것은 명확하다. 한국 방산은 최근 몇 년간 수출 시장을 빠르게 넓혀왔다. 해외 발주처가 기업의 준법경영과 사업 수행 역량을 함께 보는 상황에서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은 의혹이 기업이나 산업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확대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성급한 결론이 아니다. 수사기관은 개인의 행위와 기업의 책임 범위를 명확하게 구분해 사실관계를 밝혀야 하고 이해 관계자들은 확인된 사실과 의혹을 구분해 전달해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도 잘못이 확인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으면 된다.
K방산의 위상이 어느 때보다 커진 지금 필요한 것은 어느 한쪽에 미리 색을 입히는 것이 아니라 수사와 재판을 통해 확인된 사실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냉정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