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잠실개표소 집단 시위'와 관련한 관계부처 대국민 담화문 발표에 이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검찰청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이 약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아울러 경찰의 권한과 책임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그런데 정작 국가 치안을 책임질 경찰청장은 아직도 공석이다. 조지호 전 경찰청장이 12·3 비상계엄 당시 경찰력을 동원해 국회 봉쇄에 가담한 혐의로 직무가 정지된 뒤 지난해 말 파면됐지만, 반년이 지나도록 후임은 임명되지 않고 있다. 연초만 해도 인선이 임박했다는 관측과 하마평이 무성했지만 여태껏 자리가 비어 있다.

현재는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조직을 이끌고 있지만 임시 체제로는 여러 면에서 한계가 있다. 먼저 적극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하고 조직 통솔력을 높여야 하지만 직무대행 신분으로는 여의치 않다. 마찬가지 이유로 민감한 수사 현안을 놓고서도 주도적으로 나서기 쉽지 않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가 최근 성명을 내고 만성적인 인력 부족과 교육시설 확충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현장의 치안 공백과 조직 운영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 것도 이런 한계 때문이다. 이런 요구가 공개적으로 나오는 것 자체가 불안정한 대행 체제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평상시에도 경찰 수장의 리더십이 중요하지만, 지금은 특히 그렇다. 10월부터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이 중수청으로 이관되는 대대적인 수사권 재편이 시작된다. 경찰은 중수청으로 이동할 인력의 조정, 관할이 중복될 수 있는 사건의 수사권 조율, 일선 수사경찰의 역량 강화 등 굵직한 과제를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직무대행 체제로 감당하기 힘들다. 조직을 대표하는 경찰청장이 전면에서 책임지고 나설 때 혼선을 줄이고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더욱이 박성주 경찰 국가수사본부장도 이달 말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다. 국회에서 국가수사본부장의 임기 중 정년을 적용하지 않는 법안을 추진 중이지만 이달 안에 처리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형사사법 체계의 대전환을 앞둔 시점에 치안과 수사의 양대 컨트롤타워인 경찰청장과 국가수사본부장이 동시에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현실화할 수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경찰청장을 왜 임명하지 않는지, 공백이 장기화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분명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적임자를 계속 찾고 있는 것인지, 다른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것인지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 공백이 길어질수록 경찰 조직의 불안은 커지고 불필요한 의구심만 확산될 수 있다. 경찰청장 임명을 늦출 불가피한 사유가 있다면 국민에게 소상히 설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형사사법 체계의 대전환을 앞둔 지금, 경찰 수장의 공백부터 서둘러 메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