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 시작된 한미연합훈련의 대폭 축소를 지시하면서 한반도 정세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에게 훈련 축소를 주문했다고 공개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북한에 대해 자신의 재임 기간 중 위협적이지 않았으며,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과 북한을 치켜세우면서 적극적으로 유화의 손길을 내민 셈이다. 그동안 북한은 연합훈련에 대해 침략 전쟁의 시연이라며 비난해왔고, 최근엔 항의 표시로 탄도 미사일까지 쐈다.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는 다목적 포석을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이란 전쟁을 6개월째 매듭짓지 못하고, 11월 중간 선거까지 앞둔 상황에서 북미 대화를 또 다른 외교적 성과로 활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등 러시아와 밀착 관계를 강화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조건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북미 대화의 재개 가능성이 있다. 외신들은 이번 조치를 트럼프식 '거래 외교'로도 해석한다. 그가 연합훈련 축소 지시를 공개하면서 '한국이 이란전에 협조적이지 않다'는 불만을 함께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선 예고 없던 훈련 축소로 한국 안보 부담을 키워 미국의 외교·안보 전략에 적극 동참할 것을 압박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분석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는 트럼프가 김 위원장에게 보내는 러브콜이자, 한국에 보내는 경고일 수 있다. 그만큼 정부의 대응도 다면적이고 입체적이어야 한다. 먼저 북미 대화 가능성에 대비해 미국과의 대화 채널을 더욱 긴밀하게 가동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미연합훈련, 주한미군 역할, 전작권 전환' 등 안보와 직결된 사안이 우리를 건너뛰고 북미 대화의 협상 카드로 등장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 아울러 이번 훈련 축소로 한미 방위 태세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다양한 기동훈련 등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북미 대화는 한반도 긴장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다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안보 당사자인 한국이 혹시라도 구경꾼 신세로 전락해선 안 된다. 야당에서 '코리아 패싱' 우려까지 제기하는 상황이다. 이런 우려가 현실화하지 않도록 북미 간 대화 재개 가능성을 면밀히 파악하면서, 의제와 방향에서 우리 이익이 반영되도록 미국과 선제적으로 조율해야 한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 지시가 공개된 직후 입장을 내고, 북미 대화의 '페이스 메이커'가 되겠다고 했다. 그 역할이 미국과 북한을 만나게 하는데 그쳐선 안 될 것이다. 북미 대화를 촉진하되,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대북 억지력을 지키고, 북핵 위협도 실질적으로 낮추는 역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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