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 전경/사진제공=한국도로공사


한국도로공사가 자회사에 업무상 '모든 책임'을 부담시키는 계약을 유지해 개선이 필요한 기관으로 지적됐다.

자회사를 독립 법인으로 운영하면서도 계약 구조는 과거 용역계약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해 자회사 독립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13일 고용노동부의 '2025년도 공공기관 자회사 운영실태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평가단은 계약의 공정성과 자회사 독립성 확보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모기관과 자회사 간 계약서와 과업내용서, 일반시방서 등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일부 공공기관에서는 자회사가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책임' 또는 '일체의 책임'을 부담하도록 하는 계약 조항과 함께 위탁대가를 감액하거나 자회사 인사 운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계약 조항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단은 특히 한국도로공사를 개선이 필요한 기관으로 지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도로공사는 자회사와 체결한 일반시방서 제16조와 경비용역 특수조건 제6조·제12조에서 자회사가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책임', '전적인 책임'을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손해 발생 여부와 손해액 역시 발주기관이 산정하도록 했으며 손해배상액을 용역대금에서 상계하거나 인력 결원 발생 시 위탁대가를 감액하는 계약 구조도 충분히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평가단은 이 같은 계약 방식이 자회사를 독립된 경영 주체로 인정하기보다 사실상 용역업체처럼 관리하는 방식이 남아 있는 사례로 판단했다.

이번 지적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 취지와도 맞닿아 있다. 정부는 2017년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면서 상시·지속 업무는 직접고용을 원칙으로 하되 시설관리와 경비, 미화, 고객서비스 등 일부 업무는 기관의 특성을 고려해 자회사 운영 방식을 허용했다.

그러나 자회사가 독립 법인으로 출범한 이후에도 계약 관계는 충분히 개선되지 못했다.

자회사는 독립적인 경영과 책임을 요구받았지만 실제 계약에서는 모기관이 일반시방서와 과업내용서 등을 통해 업무 기준과 성과를 관리하는 반면 계약상 책임은 자회사에 광범위하게 부담시키는 구조가 유지돼 왔다.

보고서는 "모기관과 자회사가 대등한 지위에서 공정한 계약 체계를 구축하고 자회사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며 "모기관은 직접적인 경영 개입보다 자회사의 운영과 서비스 품질을 합리적으로 관리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경영 전문가는 "자회사를 독립 법인이라고 하면서도 계약상 모든 책임을 자회사에 전가하는 구조는 자회사 제도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책임과 권한이 균형을 이루는 계약 체계로 개선되지 않으면 자회사의 독립성은 형식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