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반도체 중심의 경기 회복으로 성장세가 예상보다 강해진 가운데 물가가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고, 가계부채와 주택시장 등 금융안정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16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성장, 물가, 금융안정 세 가지 측면 모두 기준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뒷받침하고 있다"며 "이번 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신 총재는 먼저 국내 성장세가 예상보다 강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반도체 경기 호조 영향이 경제 전반으로 파급되면서 수출과 내수가 모두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성장률은 지난 5월 전망치인 2.6%를 큰 폭으로 상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인공지능(AI) 확산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AI 밸류체인의 핵심 국가로 수혜를 입고 있다"며 "반도체 가격 급등이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와 기업이익 확대, 투자 증가, 임금 및 세수 확대로 이어져 내수 경기까지 뒷받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한은이 이번 통방문에서 반도체 중심의 수출·투자 호조와 소비 회복을 바탕으로 성장률이 지난 5월 전망을 크게 웃돌 것으로 제시한 판단과 맥을 같이한다.
물가에 대해서는 예상보다 높은 오름세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신 총재는 "국제유가는 하락했지만 그동안 높아진 비용과 환율의 파급효과가 이어지고 있다"며 "반도체 호황이 내수로 확산되면서 수요 측 물가 압력도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물가 압력이 당초 예상보다 크고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와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 영향으로 3.2%까지 높아졌으며 근원물가 상승률도 2.5%를 유지했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 전망에 대체로 부합하겠지만 근원물가 상승률은 기존 전망보다 다소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안정 측면에서도 경계감을 드러냈다. 신 총재는 "수도권 주택가격은 가격 상승 기대가 지속되고 소득 및 자산 여건 개선으로 높은 상승세가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도 지속되고 있고 외환시장 역시 환율이 높은 수준에서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고 있어 관련 리스크를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방문에서도 원/달러 환율이 외국인 자금 유출과 달러 강세 영향으로 1500원대 중반까지 상승했다가 1400원대 후반으로 내려왔지만 변동성이 확대됐고, 가계대출은 주택관련대출과 기타대출이 모두 늘어나며 큰 폭 증가했다고 진단했다.
향후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선 추가 긴축 가능성을 열어뒀다. 신 총재는 "국내 경제의 개선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물가 상승률이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고 금융안정 리스크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는 향후 입수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물가 상승 압력과 경기 개선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면서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금융통화위원회는 금융중개지원대출 금리도 연 1.00%에서 1.25%로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 결정에는 금통위원 7명 전원이 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