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의 성과급이 올해 임금·단체협약 교섭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사측이 성과급을 기존의 전액 현금 지급 방식 대신 일부 자사주로 지급하는 방안을 고민하면서 노사의 교섭이 난항을 빚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열린 제3차 임단협 교섭에서 노조에 초과이익분배금(PS) 중 일부를 자사주로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PS는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산정해 임직원에게 지급하는 성과급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9월 노사 협상을 통해 성과급 지급 한도인 '기본급의 최대 1000%·연봉의 50%'를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0% 전체를 지급하는 데 합의한 바 있다. 산정 금액의 80%는 당해 지급하고 나머지 20%는 2년에 걸쳐 이연 지급(10%씩)하는 방식이다. 이 기준은 향후 10년간 적용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PS의 10~50%를 자사주로 받을 수 있는 '주주참여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해당 자사주를 1년 이상 보유할 경우, 매입 금액의 15%를 현금으로 추가 지급한다. 다만 이 프로그램은 직원 개인의 의사에 따라 참여 여부와 전환 비율을 정할 수 있다.
반면 올해 임단협 3차 교섭에서 나온 사측의 제안은 처음부터 성과급 일부를 자사주로 지급한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직원의 선택권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성과급 합의 1년도 안 된 상황에서 지급 방식 변경 카드를 꺼낸 것은 반도체 호황으로 성과급 규모가 커지는 상황에서 현금 유출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임직원 보상과 주가 상승을 연계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또한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10% 성과급' 지급 합의를 기점으로 국내 주요 대기업 노조 사이에서 영업이익 N% 성과급 요구가 잇따르며 주주권익을 침해하고 있다는 문제 의식이 정치권과 사회 전반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발언에도 이 같은 인식이 담겨있다. 최 회장은 지난 15일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 기자간담회에서 SK하이닉스 성과급 논란과 관련해 "구성원의 행복이 이해관계자의 문제를 정말로 침해하거나 나쁘게 만들었다면 이 문제를 손을 대고 바꿔야 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즉각적인 제도 변경에는 선을 그었다. 최 회장은 "현재 제도가 실제로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지에 대해서는 인식을 공유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하이닉스 노사와 구성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 SK하이닉스 노사의 임단협이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노조가 "회사가 제시한 성과급 안은 지난해 노사가 어렵게 마련한 합의의 취지와 기본 방향을 훼손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어 이번 성과급 변경 논의 자체가 노사 분쟁의 도화선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재계는 물론 정부까지 대기업의 N% 성과급을 우려하며 대안을 모색하려는 상황이라 수정 논의 자체는 불가피하게 올해 협의 테이블에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노조를 설득하고 합의점을 찾기까지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