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간식과 마라탕 등 중국 소비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 앞 무인판매점에 진열된 중국산 간식.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고현솔 기자

어린이들은 마라맛 간식을 먹고 젊은 층은 중국산 밀크티를 마신다. 틱톡과 유튜브 쇼츠를 타고 확산한 중국 소비문화가 세대를 가리지 않고 한국 일상 깊숙이 스며드는 모습이다. 한때 낯선 음식으로 여겨졌던 마라탕과 훠궈는 이제 익숙한 외식 메뉴가 됐고 중국 밀크티 브랜드들은 강남과 홍대, 대학가 상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세를 넓히고 있다. 중국 음식과 음료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아지면서 소비 저변은 확대되고 있지만 식품 안전과 영양 관리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마라맛 곤약 등 이색 수입 간식의 대표 품목으로 꼽히는 묵류(곤약 등) 수입량은 2019년 151톤에서 2024년 1752톤으로 5년 새 11배 이상 늘었다. 초등학교 주변 무인판매점이 확대되면서 수입 간식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진 영향이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무인판매점은 2022년 715곳에서 2024년 1238곳으로 증가했다.


틱톡과 유튜브 쇼츠 등 숏폼 플랫폼의 영향도 적지 않다. 중국 간식 먹방부터 마라탕·훠궈, 밀크티 소개 콘텐츠까지 관련 영상이 확산하면서 제품을 구매하거나 매장을 찾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숏폼 콘텐츠가 새로운 음식과 음료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며 소비를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직장인 이보현(28)씨는 "유튜브에서 중국 간식 먹방을 보고 직접 사 먹은 적이 있다"며 "한 번 보면 비슷한 영상이 계속 추천된다"고 말했다. 이어 "초등학생인 조카들도 틱톡이나 유튜브에서 관련 영상을 자주 접하다 보니 중국 음식이나 간식을 낯설게 여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찾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장원영 밀크티'로 알려진 차지를 비롯한 중국 밀크티 브랜드의 국내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고현솔 기자

하이디라오는 국내 매장을 확대하며 중국 외식 브랜드의 대표 사례로 자리 잡았다. /사진=고현솔 기자

외식 시장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마라탕과 훠궈는 SNS를 통해 이색 음식으로 주목받으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고, 반복적인 소비를 거치며 일상적인 외식 메뉴로 자리 잡았다. 마라탕이 지난 7일 소비자물가지수(CPI) 대표품목에 새롭게 포함된 것도 중국 음식의 대중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젊은 층의 관심은 중국식 음료로 확장되고 있다. 중국 현지에서 성장한 차백도, 헤이티, 차지 등 밀크티 브랜드들이 국내에 잇따라 진출하면서 새로운 음료 소비 트렌드를 형성하는 모습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메뉴, SNS 인증 문화가 맞물리면서 밀크티가 하나의 일상 소비이자 놀이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백도는 지난해 국내 1호점 개점 이후 매장을 18곳 이상으로 늘렸고 미쉐도 서울 대학가를 중심으로 10곳이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헤이티 역시 강남·명동·홍대 등 핵심 상권을 중심으로 매장 확장에 나서고 있다. 차지는 '장원영 밀크티'로 알려져 있다.

대학생 김지민(23)씨는 "친구들과 약속이 있으면 중국 밀크티 브랜드를 찾는 경우가 많다"며 "가격 부담이 적고 메뉴도 다양해 자연스럽게 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SNS에서 자주 보이는 브랜드는 한 번쯤 직접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며 "예전에는 생소했는데 지금은 카페를 가는 것처럼 익숙하다"고 했다.

이 같은 흐름을 타고 중국계 외식·음료 브랜드의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 훠궈 브랜드 하이디라오의 지난해 매출은 1177억원으로 2020년(140억원)보다 8배 이상 증가했다. 2013년 국내에 진출한 탕화쿵푸는 지난 3월 전국 매장이 560개를 넘어섰다. 미쉐와 차백도, 헤이티, 차지 등 중국 밀크티 브랜드들 역시 국내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며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마라탕이 인기를 끌면서 마라 젤리 같은 제품도 함께 관심을 받고 새로운 종류의 간식이 나오면 어린이들이 반응하는 측면이 있다"며 "중국산 제품은 가격이 저렴해 판매자 입장에서는 들여놓을 유인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인판매점에서는 보호자 없이도 쉽게 구매할 수 있어 어린이들이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는 측면도 있다"고 부연했다.

세균 검출에 나트륨·당류 과다…먹거리 안전은 '빨간불'

중국산 간식 소비가 늘면서 식품 안전 및 영양 관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 앞 무인판매점 내부.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고현솔 기자

중국 소비문화 확산과 함께 식품 안전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산 간식과 마라탕 등을 중심으로 세균 검출과 영양성분 표시 부적합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나트륨과 당류 함량도 높아 어린이들의 건강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초등학교 인근 무인판매점에서 판매되는 중국산 간식 20종을 조사한 결과, 마라맛 곤약 제품 '향라웨이 설곤약'에서 세균이 검출됐다. 일부 동결건조젤리는 치아 손상 우려로 판매와 수입이 중단됐다. 마라맛 간식류는 대두유와 고추기름 등 유지 원료를 다량 사용해 산패 위험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영양과 표시 측면에서도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라맛 간식 일부는 제품 2개만 먹어도 어린이(9~11세) 하루 나트륨 충분섭취량(1300㎎)에 도달할 정도로 나트륨 함량이 높았고, 일부 젤리 제품은 어린이 하루 첨가당 섭취기준을 초과하는 당류가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대상 20개 제품 가운데 5개는 영양성분 표시가 실제 함량과 최대 2.5배 차이가 났다.

안전 문제는 외식업계에서도 반복됐다. 한국 소비자원이 마라탕 프랜차이즈 20곳을 조사한 결과 일부 제품에서 황색포도상구균, 리스테리아, 대장균이 검출됐다. 일부 브랜드의 땅콩소스에서는 대장균이 기준치의 47배를 넘긴 사례도 나왔다.

어린이들이 중국 소비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하는 환경이 형성된 만큼 식품 안전 관리도 함께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교수는 "음식은 어릴 때 입맛이 형성되면 이후에도 계속 찾게 되는 경향이 있다"며 "어린이들이 쉽게 접하는 제품인 만큼 식품 안전성과 영양성분, 매운맛 수준 등에 대한 관리와 정보 제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