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0일 광주 김대중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국민보고회에 앞서 SK하이닉스의 AI 반도체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시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를 포함한 '3대 메가 프로젝트' 특구에서 노동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밤낮없이 일해야 하는 R&D(연구개발) 인력의 주 52시간 근무제를 완화하고, 기간제 근로자의 업무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 채용 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것이 골자다. 노동계가 반대해 온 근로시간과 고용의 유연성을 국가 전략산업에 한해 제한적 범위에서 시범적으로 시행한다는 데 의미가 크다. 경쟁국들이 반도체 공장 건설을 위한 지원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만 기존의 경직된 근로 제도를 고수할 수는 없다.

노동부가 여당에 보고한 '메가 특구 특별법'에 따르면 소득 상위 3% 이상 관리자와 R&D 인력에 대해 주 52시간을 넘겨 근무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들이 연장·휴일 근무를 할 때 가산 수당을 적용하지 않고, 일반 수당을 주는 이른바 '화이트 칼라 이그젬션(면제)'도 포함됐다. 앞서 지난 1월 국회에서 반도체 특별법이 통과됐지만, 주 52시간 적용 예외는 노동계와 민주당의 반대로 제외됐던 내용이다.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 기간을 노사 당사자 합의를 전제로 2년 연장하는 방안도 담겼다. 업무에 적응한 인력을 2년마다 내보내고 새로 뽑는 비효율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반도체 산업은 특정한 개발 단계에 업무가 집중되는 특성이 있다. 획일적인 근로 시간 적용이 어렵다는 게 업계의 일관된 호소다. 실제로 산업통상부가 지난달 3대 메가 프로젝트 발표 후 기업들의 요구 사항을 수렴한 결과도 그렇고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서도 첨단 기업들은 메가 특구 성공의 핵심 과제로 52시간 적용의 예외를 포함한 '근로시간 유연화'를 가장 많이 꼽았다. 특별법은 이런 현장의 목소리를 제도화하려는 시도다.

그런데도 노동계는 장시간 근로의 물꼬가 트일 수 있다며 벌써 반대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고 "특정 지역에서 제도를 시행한 뒤 전국 확산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시도"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하지만 특별법은 이름처럼 메가 특구에서만 시행되는 것이고, 고소득 전문인력에 한정된다는 점에서 반대할 명분이 없다. 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고용 제도의 도입과 근로자 보호는 충분히 양립할 수 있는 가치다. 근로 시간 단축에만 매몰된다면 결국 산업 경쟁력 약화에 따른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노동계 반발에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반도체 패권을 내건 여당이라면 주저하거나 눈치 보지 말고, 메가 특구의 근로 규제 완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