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30일 'BOK 이슈노트:국내 녹색채권 발행여건 점검 및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한국은행이 국내 녹색채권 발행 규모가 전체 채권시장의 1.8%에 그쳐 주요국 평균(4.0%)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밝혔다. 최초 발행 기관에 대한 지원 우대와 투자자 과세특례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30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BOK 이슈노트: 국내 녹색채권 발행여건 점검 및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원화·외화를 포함한 한국의 녹색채권 발행 규모는 131억달러(약 19조원)로 전 세계 13위를 기록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다만 전체 채권시장 내 녹색채권 발행 비중은 1.8%로 발행액이 10억달러 이상인 주요국 평균 4.0%에 비해 상당폭 낮았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재영 한은 지속가능성장기획팀 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이 기후정책 속도를 다소 늦추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은 시간이 지날수록 누적되고 확대되는 만큼 녹색금융의 필요성은 중장기적으로 계속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녹색채권은 태양광·전기차·친환경 건물 등 환경 관련 사업에만 자금을 쓰겠다고 약속하고 발행하는 채권이다. 일반 채권과 달리 외부 기관의 검토를 받아야 하고 자금 사용처를 사후 보고해야 한다는 점에서 투명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녹색채권은 2018년 산업은행이 처음 발행한 이후 2021년을 기점으로 시장이 크게 확대됐다. 발행금액은 2018~2020년 연평균 1조원에서 2021~2025년 연평균 8조원 안팎으로 늘었다. 발행기관 수도 같은 기간 연평균 4개에서 44개로 증가했다. 2025년 말 기준 누적 발행기관 수는 137개다.


발행주체는 초기 금융기관 위주였으나 최근에는 일반기업과 공공기관 참여로 다변화됐다. 2021~2025년 발행금액 기준으로는 일반기업이 40.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금융기관과 공공기관은 각각 29.2%와 28.1%였다.

다만 발행기관은 신용도가 높은 곳에 쏠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중 녹색채권 발행기관의 트리플A 등급 비중은 53.0%로 일반채권(13.7%)보다 훨씬 높았다. 자금 사용처도 청정운송(33.3%)과 신재생에너지(20.8%) 등 일부 분야에 집중됐다.

한은이 녹색채권 발행 이력이 있는 153개 기관 중 54개 기관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발행 동기로는 친환경 경영 의지 표명과 평판 제고 등 비재무적 요인이 36.5%로 가장 많이 꼽혔다. 재무적 이익을 목적으로 제시한 기관은 15.1%에 그쳤다.

실제 비용 분석에서도 재무적 유인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기업이 5년 만기 100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할 경우 외부 검토·인증과 사후보고 등으로 일반채권 대비 5~10bp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반면 그리니엄(2bp 안팎)과 정부의 이차보전 지원(4~7bp) 효과를 더하면 6~9bp의 비용 절감이 가능해 총 발행비용은 일반채권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추산됐다.

발행기관들은 인증·보고 등 관리·인력 부담과 적격 프로젝트 확보의 어려움을 주요 제약요인으로 꼽았다. 5점 척도 설문에서 '인증·보고 등 관리·인력 부담'이 3.71점으로 가장 높았고 '적격 프로젝트 부족'이 3.56점으로 뒤를 이었다.

김재영 과장은 "녹색채권 시장이 저변을 넓히려면 발행기관의 실무적·경제적 부담을 완화하는 한편 적격 녹색 프로젝트와 투자자층을 함께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시장 저변 확대를 위해 발행·보고 절차 간소화와 녹색채권·녹색대출 제도 간 서식 통일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와 함께 최초 발행 기관에 대한 지원 우대와 투자자 배당·이자소득 과세특례 검토도 제안했다. 유통시장 정보 공개 확대와 녹색채권지수 개발을 통해 기관투자자 참여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