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3일 한국인쇄협동조합연합회가 주요 제지사의 인쇄용지 공급가격 인상 및 할인율 축소에 반발하며 가격 인상 철회와 투명한 가격 결정체계 마련을 촉구했다. 사진은 경기 안양시의 한 인쇄소./사진=뉴시


공정거래위원회의 인쇄용지 가격 담합 과징금 감면 결정 이후 주요 제지사들이 잇따라 공급가격을 올리거나 할인율을 축소하자 중소 인쇄업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 2만여 인쇄사업자와 6만8000여 종사자를 대변하는 한국인쇄협동조합연합회 등은 제지사들의 일방적인 가격 조정이 상생협약 취지에 어긋난다며 가격 인상 철회를 촉구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인쇄협동조합연합회는 한솔제지·한국제지·무림페이퍼·무림에스피 등 주요 제지사의 최근 가격 조정에 대해 공동 대응에 나섰다. 인쇄업계는 지난 5월 7일 체결한 상생협약의 취지를 고려하면 가격 조정에 앞서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갈등의 배경에는 공정위의 인쇄용지 가격 담합 사건이 있다. 공정위는 지난 6월 인쇄용지 제조·판매업체의 가격 담합에 대한 과징금을 당초 3383억원 규모에서 1441억원으로 조정했으며, 한솔제지 1425억원과 무림 계열사 약 517억원 등 총 1942억원 규모의 감면이 이뤄졌다.

인쇄업계가 문제 삼는 것은 과징금 감면 이후 이어진 가격 조정이다. 한솔제지는 지난 7월부터 인스퍼 브랜드 5개 품목의 할인율을 5% 환원했고 한국제지는 8월부터 라벨솔루션·도화용지 등의 가격을 톤당 10만~20만원 올리는 동시에 고시가를 4% 인상했다.

무림 계열사도 가격 조정에 동참했다. 무림페이퍼는 네오·뷰티팩 품목의 할인율을 3% 축소했고, 무림에스피는 네오 CCP 전 제품군의 기준가격을 4% 인상했다. 각각 7월 27일과 8월 1일부터 적용된 조치다.



중소 인쇄업계는 제지사들의 가격 인상이 단순한 원가 부담을 넘어 영세 업체들의 경영난을 키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쇄업체들은 거래 구조상 납품단가를 즉시 조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최종 가격에 반영하기 쉽지 않은 만큼 제지사의 가격 인상 부담이 고스란히 중소 인쇄업체에 전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업계는 이번 조치가 지난 5월 체결한 상생협약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가격을 조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더라도 시장 참여자 간 사전 협의와 투명한 원가 반영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는 게 인쇄업계의 주장이다.

이에 인쇄업계는 제지 4사에 공급가격 인상과 할인율 축소 조치를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가격 조정 전 상생협의회를 통한 사전 협의를 의무화하고 가격연동제 산식에 기반한 투명한 원가 반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확정가격거래제와 표준 할인율 가이드라인의 조속한 도입도 요구사항에 포함됐다. 인쇄업계는 시장지배력을 이용한 일방적인 가격 결정 관행을 개선하고 제지사들이 사회적 대화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의 대응 수위도 높아질 전망이다. 한국인쇄협동조합연합회는 주요 제지사에 공식 입장을 회신할 것을 요청했으며 회신이 없거나 가격 인상이 강행될 경우 제도적·법적 대응을 포함한 후속 조치를 검토하기로 했다.

박장선 한국인쇄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담합으로 인한 시장 왜곡의 부담이 중소 인쇄업계와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돼서는 안 된다"며 "공정한 시장질서가 바로 서고 담합으로 인한 피해가 실질적으로 회복될 때까지 전후방 산업계와 연대해 필요한 대응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