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시중은행 ATM기기 모습./사진=뉴스1


금융당국이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를 당초 1.5%에서 3%로 두 배 높였다. 불과 한 달 전까지 가계부채 관리기조를 완화할 상황이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강도 높은 총량관리로 은행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재건축·재개발 이주비는 물론 신축 아파트 중도금·잔금대출까지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데 따른 것이다.

13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올해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율을 3% 수준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기존 목표인 1.5%와 비교하면 관리 한도를 두 배로 확대한 셈이다.

[U-TURN: 한 달 만에 가계대출 총량 목표 두 배로]

이번 결정은 불과 한 달 전 금융당국이 밝힌 입장과는 온도 차가 있다. 재정경제부는 지난달 발표한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올해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2.3%로 전망했다. 전망대로라면 명목 GDP는 사상 처음으로 3000조원을 넘어서고, 가계부채 규모가 줄지 않더라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자연스럽게 하락하게 된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당시 이 같은 '분모 효과'를 가계대출 관리 완화의 근거로 삼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지난달 14일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만을 보고 가계부채를 관리해 나갈 일은 아니다"며 "명목 GDP 규모가 커진 것이지, 가계부채 규모가 작아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런데 한 달 뒤 금융당국은 경상성장률을 총량 목표 조정의 배경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날 브리핑 자리에서 "성장률과 주택시장 상황,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등 연초와 달라진 여건이 있다"며 "실수요를 감안한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한 달 전에는 경상성장률 상승에 따른 가계부채 비율 하락만으로 관리기조를 완화하기 어렵다고 했지만, 이번에는 이를 여러 조정 사유 중 하나로 반영한 셈이다.

정책 무게추를 돌린 직접적인 요인은 강도 높은 총량관리의 부작용이다. 최근 신용대출이 빠르게 늘면서 은행들이 연간 목표를 맞추기 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줄였고, 이 과정에서 투기 목적과 거리가 먼 이주비·중도금·잔금대출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TWO-TRACK: 실수요 대출은 풀고 투기·고위험 대출은 조인다]

금융위는 이번 총량 목표 상향이 가계대출 규제 완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국내 가계부채의 GDP 대비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88.6%로 영국 73.6%, 미국 68.1%, 일본 61.1%, 프랑스 59.7% 등 주요국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부동산 시장을 다시 자극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엄격한 관리기조 자체가 불가피하가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주택가격별 주담대 한도 등 기존 대출규제는 그대로 유지된다. 현재 LTV는 규제지역 40%, 비규제지역 70%이며 DSR은 은행권 40%, 제2금융권 50%가 적용된다. 주담대 한도 역시 주택가격 15억원 이하 6억원,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 4억원, 25억원 초과 2억원으로 제한된다.

전세대출과 고위험 주담대에 대한 규제는 강화한다. 내년부터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를 임대하고 다른 주택에 전세로 거주하는 비거주 1주택자의 전세대출 보증을 원칙적으로 제한한다. 1주택자의 전세대출 보증비율도 수도권·규제지역은 80%에서 70%, 그 외 지역은 90%에서 80%로 각각 10%포인트 낮춘다.

고액·고DSR 주담대와 고가주택·고LTV 주담대는 고위험 대출로 분류해 은행이 더 많은 자본을 쌓도록 할 계획이다. 가계부채가 GDP의 일정 수준을 웃돌면 은행별 주담대 비중 등에 따라 추가 자본을 적립하는 '가계부문 시스템리스크 완충자본'도 도입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주비·잔금대출 등 신규 주택공급에 따른 연계대출은 분양과 입주가 원활하게 이어질 수 있도록 총량목표를 합리적으로 조정해 세심하게 관리해 나가겠다"며 "투기적 자금은 더 엄격히 관리하고 주택공급과 실수요에는 금융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