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3일 '2026년 7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을 발표한 가운데 원화 절상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4개월 만에 지난달 가장 높은 수준인 8.8%를 기록했다. 사진은 지난 11일 오후 서울시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사진=뉴스1


원/달러 환율이 국내 외환시장 수급 개선 등에 힘입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화 강세를 뜻하는 원화 절상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4개월 만에 지난달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자금은 여전히 순유출됐지만 주식자금 매도세가 완화된 가운데 수출기업 등을 중심으로 달러 매도 물량이 평소보다 크게 출회되면서 원화 강세를 뒷받침한 것으로 분석된다.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7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원/달러 환율은 1424원으로 지난 6월 말(1549.4원)보다 125.4원 하락했다. 한 달 사이 환율이 8.1% 떨어진 것으로, 원화 절상률은 8.8%로 2009년 3월 이후 17년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은은 중동지역 불확실성 완화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 기대 약화에 따른 달러화 약세, 국내 외환시장 수급 개선 등이 원/달러 환율을 큰 폭으로 끌어내렸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자금 흐름도 변화가 나타났다. 지난달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자금은 216억5000만달러 순유출됐다. 지난 6월 307억2000만달러 순유출에 이어 두 달 연속 자금이 빠져나갔지만 유출 규모는 한 달 만에 90억7000만달러 줄었다.

외국인 주식자금 순유출 규모가 크게 축소됐다. 지난 6월 323억7000만달러에서 지난달 207억달러로 116억7000만달러 감소했다. 한은은 중동지역 지정학적 긴장 확대와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에 대한 경계감 등으로 주식자금이 순유출됐지만 국내 주가 조정에 따른 리밸런싱 매도세가 완화되면서 유출 폭도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환율 변동성, 점차 중동 전쟁 이전 평소 수준으로"

외국인 자금이 여전히 순유출을 이어간 만큼 최근 원화 강세를 외국인 자금의 대규모 국내 유입으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 공급이 늘어난 것이 환율 하락을 이끈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에선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한 달러 매도 물량이 환율 하락을 뒷받침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들이 보유한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는 물량이 평소보다 크게 출회되면서 달러 공급 우위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발행 자금 환전과 8월 법인세 납부를 앞둔 기업들의 달러 매도 등이 맞물리면서 달러 공급이 확대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서 "지난달 이후 나타난 가파른 원화 강세는 달러 공급 우위가 만든 현상"이라며 "SK하이닉스 ADR 조달의 환전 수요가 트리거가 된 가운데 8월 법인세 납부 시즌과 맞물려 주요 기업들의 달러 추격 매도가 더해졌다"고 설명했다.

채권자금은 오히려 유출로 돌아섰다. 외국인 채권자금은 6월 16억5000만달러 순유입에서 지난달 9억6000만달러 순유출로 전환됐다. 단기 차익거래 유인이 악화된 영향으로, 3개월물 기준 차익거래 유인은 6월 -17베이시스포인트(bp)에서 지난달 -26bp로 역전 폭이 확대됐다.

국내 은행간 외환시장에서는 현물환 거래가 증가했다. 지난달 국내 은행간 외환거래 규모는 일평균 545억5000만달러로 전월보다 7억8000만달러 감소했지만, 현물환 거래는 218억9000만달러로 7억7000만달러 늘었다. 원/달러 현물환 거래는 183억8000만달러로 전월보다 15억6000만달러 증가했다.

환율 변동성도 올해 초 중동지역 갈등이 고조됐던 시기와 비교하면 점차 안정되는 모습이다. 지난달 원/달러 환율의 전일 대비 일평균 변동폭은 8.0원으로 6월 7.6원보다 소폭 확대됐고, 변동률은 0.53%로 6월 0.50%보다 높아졌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 2~4월 중동지역 갈등이 외환시장에 충격을 줬던 당시와 비교하면 변동성은 점차 평소 수준으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원화 강세와 함께 국내 외화 유동성 여건도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지난달 국내은행의 단기 대외차입 가산금리는 17bp로 전월 25bp보다 낮아졌고, 외평채 5년물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은 23bp로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