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빌 게이츠 테라파워 의장과 정기선 HD현대 회장. /사진=HD현대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14일 빌 게이츠 테라파워 이사회 의장과 만나 소형모듈원전(SMR)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지난 1월 다보스포럼 이후 7개월 만이자 네 번째 회동이다. 최근 HD현대가 테라파워의 원통형 원자로 용기 제작을 맡은 데 이어 나트륨 원자로 주기기 공급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향후 SMR 상용화를 뒷받침할 핵심 파트너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빌 게이츠 의장은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이자 차세대 원전 기업 테라파워의 창업자로 지난 13일 1년 만에 다시 방한했다. 이날까지 한성숙 국무총리와 정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정·재계 인사들과 잇따라 만나 차세대 원전 개발 및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 회장과는 오후 3시경 서울에서 비공개 회동을 갖는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해 3월 미국, 8월 서울, 올해 1월 스위스 다보스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정 회장과 게이츠 의장은 2026년 다보스포럼 당시 테라파워가 추진 중인 SMR 사업 성과를 공유하고 구체적인 실행 단계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HD현대는 HD한국조선해양이 2022년 테라파워에 3000만달러를 투자하며 주요 주주로 올라선 이후 SMR 분야에서 협력을 지속 확대해 왔다. 2024년 12월 테라파워의 첫 나트륨 원자로에 탑재되는 원통형 원자로 용기 공급 계약을 맺었고 지난해 3월에는 나트륨 원자로 상업화를 위한 제조 공급망 확장 협약을 체결했다. 단순 지분 투자를 넘어 원자로 제작·공급으로 협력 범위를 넓힌 것이다.

지난 5월엔 테라파워 나트륨 원자로 주기기의 핵심 설비를 제작·공급하는 우선협상자 지위를 확보했다. 테라파워가 개발한 나트륨 원자로는 에너지 저장 기능을 갖춘 소듐냉각고속로(SFR) 방식의 4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다. 높은 열효율과 안전성을 갖춘 데다 기존 원자로 대비 핵폐기물 발생량을 약 40% 줄일 수 있어 현존하는 SMR 가운데 기술적 완성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HD현대는 HD현대중공업을 중심으로 대형 선박과 해양플랜트 건조 과정에서 축적한 후판 가공·용접·품질관리 등 제조 역량을 원전 설비 제작에 활용하고 있다. 테라파워는 2030년 완공을 목표로 미국 내 첫 상업용 나트륨 원자로 시설 건설에 착수한 상태다. 향후 원자로 상용화가 본격화할 경우 핵심 설비 제작 역량을 갖춘 HD현대의 역할도 한층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정 회장은 일찍부터 SMR 기술을 미래 에너지 구현을 위한 핵심 솔루션으로 낙점하고 해상용 SMR을 그룹 차원의 차세대 전략 사업으로 육성해왔다. 장기적으로는 SMR을 동력원으로 활용하는 원자력 추진선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SMR 추진선은 장기간 연료 교체 없이 운항할 수 있고 탄소 배출이 없어 차세대 친환경 선박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평가된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장거리·고속 운항을 위한 대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력 추진선은 기존 선박과 달리 배기기관이나 연료탱크 등의 기자재가 필요하지 않다"며 "기존 기자재 공간에 컨테이너를 추가 적재할 수 있어 경제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