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슈트를 입거나 사전 공부를 하는 등 영화를 '체험형 팬덤 놀이'로 즐기는 관객들이 외화 대작의 흥행을 이끌고 있다. 사진은 영화 오디세이의 700만 관객 돌파를 앞둔 지난 23일 오전 서울의 한 영화관에서 관객이 예매를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티켓값 부담이 없지 않은 최근이다. 하지만 관객이 단순한 영화를 관람하는데 그치지 않고 작품 안으로 직접 뛰어드는 일명 '몰입'을 찾아 영화관으로 몰리고 있다.

25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는 전날 18만6597명을 동원해 20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다. 누적 관객 수는 729만5949명이다. 실시간 예매율 역시 71%(예매량 42만2304장)라는 압도적인 수치로 올해 최장기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개봉 5주 차에 접어든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도 누적 관객 수 817만3920명을 돌파하며 8월 극장가 외화 쌍끌이 흥행을 주도 중이다.



주목할 점은 외화에 열광하는 관객들의 행동 양상이다. 최근 SNS 등 온라인상에서는 스파이더맨 슈트를 직접 입고 관람하거나 '오디세이'의 서사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자 그리스 로마 신화 서적을 사전 구매해 공부하는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오디세이'를 아이맥스(IMAX)로 관람하기 위한 관객들로 국내 최대 규모의 스크린을 갖춘 CGV 용산아이파크몰 이른바 '용아맥'(용산 아이맥스)은 연일 붐비고 있다.

평일 새벽 상영회차까지 전석 매진되는가 하면 명당 티켓에 프리미엄이 붙은 암표 거래까지 극성이다. 명당을 잡기 위해 반차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은 극장이 단순히 수동적으로 스크린을 바라보는 장소를 넘어 능동적인 '경험의 장'으로 변모했음을 보여준다.

'단순 관람'에서 '현장 몰입'으로…확장된 세계관이 가른 극장가 성패

반면 한국 영화는 이 같은 극장가 열기 속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해외 영화제 초청과 외신의 호평으로 화제를 모았던 나홍진 감독의 '호프'는 반짝 흥행 이후 동력이 꺾였다. 6년 만의 코미디 속편 '오케이 마담 2' 역시 박스오피스 5위에 그치며 아쉬운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이 같은 현상을 '티켓값 인상 이후 급변한 관객의 경험 가치 평가'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동진 평론가를 비롯한 다수의 영화 전문가들은 그간 여러 매체를 통해 티켓값 상승 이후 관객에게 극장 방문은 단순한 여가가 아니라 높은 기회비용을 치르는 선택이 됐다고 분석했다.

영화관에서만 얻을 수 있는 확실한 스펙터클이나 감각적 경험을 제공하지 못하는 작품은 선택지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관객은 이제 OTT 플랫폼으로 대체 가능한 익숙한 장르나 관성적 기획에는 쉽게 지갑을 열지 않는다.

영화 한 편을 중심으로 사전 공부와 코스튬, 팬덤 형성 등 관객이 직접 파고들어 즐길 수 있는 거대한 세계관(IP)을 제공하는 외화 대작과 달리 기존의 흥행 공식에만 의존한 한국 영화는 관객이 극장을 직접 찾아야 할 명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오늘날 관객이 열광하는 것은 단순한 영화 관람 그 자체라기보다 극장이라는 공간이 선사하는 몰입과 확장된 오프라인 경험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