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이 23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비(非)거주 1주택자의 세금부담을 강화하는 정부의 '8·3 세제 개편안'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부동산 세제개편이 최근 급락한 이재명 정부 국정 지지율에 영향을 미쳤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청와대도 "충분히 고민하겠다"는 반응이어서 개편안 내용이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비거주 1주택자 과세의 예외인정 범위만 확대할 것인지, 거주·비거주 세금부담 구분을 아예 없앨 것인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당정청이 모인 주말 회의에서 김민석 당대표를 비롯한 여당 지도부는 비거주 1주택자에 종합부동산세 거주·비거주 구분을 두지 않을 것을 청와대와 정부에 강하게 요청했다고 한다. 개편안은 1주택자 종부세 부과기준을 '공시가격 12억 원 초과'에서 '14억 원 초과'로 높이면서 기본공제 규모는 실거주의 경우 14억 원, 비거주는 9억 원까지로 차등화했다. 비거주 1주택자는 차액인 5억 원에 대해 종부세를 내야 한다. 비거주 1주택자의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폐지하는 데 대한 부정적 의견도 나왔다. 집주인들이 실거주 요건을 채우려고 세입자를 내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비거주 1주택 과세 강화는 이 대통령이 직접 드라이브를 건 사안이다. 올해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은 "자기가 살지도 않으면서 투기용으로 또는 투자용으로, 오랫동안 가지고 있다고 왜 세금을 깎아주나"라고 했다. 대통령의 의견이 반영된 세제 개편안에 여당이 반대의견을 낸 건 여론의 반발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개편안 발표 후 부득이한 이유로 1주택을 세 놓고, 다른 집에 세 사는 이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정해진 요건 외의 이유로 자기 소유의 집이 아닌 다른 곳에 산다고 해서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건 '거주이전 자유'의 제약이라는 반발이 적지 않다. 세금 문제로 이혼소송, 학교폭력 등 드러내고 싶지 않은 개인 사유까지 정부에 밝혀야 하는 것이 사생활 침해란 비판도 나온다.
상황이 여기까지 온 근본 원인은 청와대와 정부가 '비거주 1주택은 투기, 실거주 1주택은 합당한 소유'란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 어설픈 이분법에 맞춰 전체 세제의 틀을 바꿨기 때문이다. 국내외에서 선례를 거의 찾을 수 없는 거주여부 기준의 세제를 새로 도입하려면 우리 사회의 복잡다단한 시스템에 실제 적용했을 때 마찰음 없이 작동할 수 있을지부터 검토했어야 했다. 한국은 내 집 마련, 취업, 취학 등 다양한 이유로 거주 이동성이 대단히 높은 사회다. 이런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진 허술한 세제 개편안이 민심의 역풍을 맞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 지난주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40.2%로 6주 연속 하락하며 최저치를 경신했다. 부정 평가가 56.9%인데,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정부 세제 개편안의 핵심 내용을 여당이 수정하자고 나설 정도로 국민 실생활과 동떨어진 정책을 내놨기 때문일 것이다. '예외사유 확대' 같은 땜질식 처방은 이런 상황의 해답이 될 수 없다. 정부는 비거주 1주택자를 '잠재적 투기세력'으로 간주해 세금을 더 물리는 세제개편의 전체 방향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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