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사진=뉴시스


태평양에 위치한 작은 섬나라 나오에로(옛 나우루). 지금은 생소하지만 과거에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중 하나로 꼽혔다. 1970~1980년대까지 새 배설물을 원료로 하는 인광석을 바탕으로 막대한 부를 누렸다. LA타임스의 이전 보도를 보면 미국 국무부는 1981년 나오에로의 1인당 GNP(국민총생산)를 3만5000달러로 추산했다. 당시 페르시아만 산유국보다도 높은 수준이었다.

곳간이 넉넉한 만큼 인심도 후했다. 자국민을 대상으로 의료·교육 서비스를 무상 제공하고 현지에서 치료가 어려우면 호주 전문의 진료까지 무료로 받게 했다. 전기·통신·주택 비용도 거의 들지 않았고 각종 세금도 부과하지 않았다. 파격적인 복지 혜택을 갖춘 나오에로는 지상낙원에 비견됐다.



나오에로의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복지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는 사이 인광석은 고갈됐고 이를 대체할 새로운 성장 동력은 마련하지 못했다. 해외 부동산 투자 등 미래 먹거리 확보에 나섰지만 방만한 재정 운용과 투자 실패가 겹쳐 성과를 내지 못했다. 나오에로는 과거의 영광을 뒤로한 채 1990년대부터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나오에로의 역사는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교훈을 남긴다. 눈앞의 성과를 나누는 데만 몰두하면 지금의 짧은 번영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경고로 읽힌다.

각종 내홍에 시달리는 삼성전자 상황과도 오버랩된다. 다행히 나오에로와 달리 삼성전자는 연구개발(R&D)과 대규모 투자를 통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유례없는 반도체 초호황을 누리는 지금, 구성원 모두 미래를 위해 총결집하기보단 각자의 몫을 둘러싼 공방을 이어가는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



삼성전자의 성과급 논쟁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직원들이 주축인 동행노조는 지난 21일 대규모 집회를 열고 지난 5월 노사 임금협상 과정에서 DX부문이 상대적으로 소외된 만큼 재교섭을 통해 디바이스설루션(DS) 부문과의 보상 격차를 해소하라며 요구하고 나섰다.

노노 갈등의 불씨도 커지고 있다. DS부문은 제 몫 지키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DS부문 구성원이 대거 가입된 초기업노조는 동행노조에 보낸 공문을 통해 "2027년 부문별 실태를 반영한 요구안 설계가 불가피하다고 본다"며 "공동교섭단을 구성하지 않고 단일 교섭 체계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구성원들의 이해관계가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에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초기업노조는 조합원의 84%가 근로조건·처우 등을 이유로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를 반대했다며 이를 2027년 교섭 의제로 다루겠단 입장이다. 성과급 등 보상 문제를 넘어 미래 사업을 결정하는 과정에도 노조의 영향력을 행사할 모양이다.

내부 갈등이 심화하는 사이 삼성전자를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 않다.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 중국 메모리 기업들이 기업공개(IPO)에 나서며 생산시설 확충과 제품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고, TCL·하이센스·로보락 등 가전·TV 업체들의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슈퍼사이클은 영원하지 않다. 눈앞의 몫에 집중하며 갈등하는 사이 미래 경쟁력은 잃어버릴 수 있다. 나오에로의 역사를 반면교사 삼아 당장의 득실에 매몰되기보단 서로의 간극을 좁히고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편안한 상태에 있을 때도 앞으로 닥칠 위태로움을 생각하고 대비하는 '거안사위(居安思危)'의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