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교사들로부터 문항을 제공받고 그 대가로 수억원을 지급한 혐의로 기소된 일타강사 현우진 씨(39)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사진은 지난 4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위반 첫 공판에 출석한 현씨. /사진=뉴스1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모의고사 문제 등을 현직 교사와 부당하게 거래한 혐의를 받은 일타강사 현우진 씨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6일 뉴스1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부장판사 이재욱)은 이날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현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현씨는 이날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앞서 검찰은 그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이 부장판사는 현씨가 문항을 받고 교사들에게 돈을 준 행위를 범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사적 거래 형식을 갖췄더라도 반대급부(문항) 가치를 현저히 초과하는 금품이 지급됐다면 채무 이행이라는 형식만 갖춘 것이지만, 공직자 등이 제공한 반대급부에 상응하는 금품이 지급됐다면 청탁금지법상 수수가 금지되는 금품에서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현씨 등이 지급한 돈은 실제 제공받은 문항의 대가로 인정되고, 그 액수 역시 문항의 가치에 비해 과도하다고 보기 어려워 청탁금지법상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씨에게 문항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던 현직 교사 2명과 교재 개발업체 관계자들도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이들에게도 징역 1년을 구형했으나, 이 부장판사는 사적 거래의 합법성 여부나 공직 수행의 공정성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정만으론 청탁금지법상 예외 조항 적용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부장판사는 현씨 등이 현직 교사뿐 아니라 전문업체로부터도 문항을 공급받고 일반인을 상대로 문항을 공모했으며, 이들에게 지급한 금액이 교사들에게 지급한 수준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많았다고 짚었다. 실제 채택된 문항에 대해서만 대가를 지급한 점도 근거로 들었다.

현직 교사들이 소속 기관장의 겸직 허가를 받지 않은 사실만으로는 청탁금지법상 사적 거래에 대한 예외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겸직금지 위반 여부는 별도의 법령에 따라 판단할 문제라는 이유에서다. 이 부장판사는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고 형사처벌은 문제 해결의 최후 수단"이라며 "공직자의 행위에 부적절한 부분이 있다고 해서 모두 처벌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적절하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형사처벌만 받지 않으면 괜찮다는 식의 비도덕적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도덕과 윤리의 영역을 남겨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씨는 2020~2023년 EBS 교재 집필진이나 수능·모의고사 출제위원을 지낸 현직 교사 3명으로부터 문항을 제공받고 그 대가로 총 4억원을 지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현씨는 기소 직후 메가스터디 홈페이지를 통해 문항 거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문항 공모, 외부 업체를 포함해 다양한 문항 수급 채널 중 하나였을 뿐, 교사라는 이유로 프리미엄을 지급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