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금을 받는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층 가운데 절반은 연금소득이 월 50만 원에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년퇴직은 했는데, 국민연금은 아직 받지 못하는 60∼64세 인구의 56%는 연금소득이 '0원'이었다. 저소득 고령자의 최저 생활수준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은퇴자들의 '소득 크레바스(소득 공백)'를 메워주기 위한 연금제도 개편이 더욱 절실해진 이유다.
국가데이터처의 연금통계에 따르면 2024년 현재 65세 이상 인구 1000만 명 중 91%는 기초·국민·직역연금 등 11종의 공·사적 연금을 한 개 이상 받고 있었고, 이들의 월평균 연금 수입은 73만7000원이었다. 하지만 연금 수급자를 금액순으로 한 줄로 세웠을 때 정가운데에 해당하는 중위 월평균 수급액은 49만7000원으로, 같은 해 1인 가구 최저 생계비의 55% 수준에 그쳤다. 전반적으로는 국민연금, 퇴직연금의 가입기간이 길어지고, 해마다 물가상승률이 반영돼 수급액이 증가하고 있지만 연금소득 취약계층의 경우 여전히 생계의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는 수준이다.
특히 국민연금 수급 연령에 도달하지 않은 60∼64세 인구 410만5000명 가운데 연금을 한 종류라도 받는 수급자는 44%뿐이었다고 한다. 주된 일자리를 그만둔 뒤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 소득 공백을 겪는 이들이 절반이 넘는 것이다. 60대 초반 인구의 60% 이상이 일자리의 질이나 임금 수준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일터에 나가 경제활동을 이어가려고 하는 것도 이 때가 소득이 뚝 끊기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민연금 수급개시 연령이 단계적으로 높아지면서 소득 공백기도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1961∼1964년생은 만 63세부터 국민연금을 받지만, 1965∼1968년생은 만 64세, 1969년 이후 출생자는 만 65세가 돼야 연금이 나온다. 기초연금도 만 65세가 돼야 받을 수 있다. 퇴직연금은 55세 이상 은퇴자면 받을 수 있지만, 주택자금 등의 용도로 중간에 받아 쓴 이들이 적지 않다. 최근엔 은퇴자금을 불리려고 퇴직연금을 고위험 상품에 투자했다가 원금이 축난 5060 세대도 속출하고 있다.
이런 제도의 허점들 때문에 정부도 기초·퇴직 연금 개편안을 준비하고 있다. 기초연금의 경우 현재 소득 하위 70%에 동일하게 지원되는 지급액을 저소득층 중심으로 높이고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이들은 동결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한정된 재정지원 여력 등을 고려할 때 지급 대상의 범위를 단계적으로 축소하면서 저소득 노인층을 훨씬 두텁게 지원할 과감한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은퇴자의 소득 공백기 극복에 현실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높일 퇴직연금 개편도 급한 상황이다. 정부는 자주 오지 않는 연금 개혁의 기회를 어정쩡한 타협 정도로 흘려보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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