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적 이념도 좌우도 없다. 평균 연령 40.3세, 의원 3명 중 1명이 AI(인공지능) 개발자 등 엔지니어 출신으로 구성된 청년 정당 '팀 미라이(미래)' 얘기다. 일본 미래 세대에게 필요한 정책이라면 좌우 어떤 정당과도 손잡는다는 게 당의 원칙이다. 팀 미라이는 AI로 시민들의 의견을 모으고 정치자금 지출은 1엔 단위까지 실시간 공개한다.
안노 다카히로 팀 미라이 대표는 9일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인터뷰에서 '기성 정당과 다른 정치 문화'와 관련해 "법안과 사안별로 찬반을 정하고 목표 달성에 필요하면 다른 정당과도 유연하게 손잡는다"며 "당파 논리가 아니라 정책 내용으로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대를 위한 반대는 하지 않는다"며 "대안을 내놓고 실현할 길을 닦는 데 무게를 둔다"고 했다.
안노 대표는 1990년생으로 도쿄대에서 AI·머신러닝을 전공한 뒤 AI 챗봇과 리걸테크 분야에서 창업했다. 테크놀로지로 정치를 재설계하겠다는 목표로 2024년 도쿄도지사 선거에 출마해 약 15만표를 얻은 뒤 '디지털 민주주의 2030' 프로젝트를 발족했다. 디지털 민주주의는 일본 국민 1억2400만명이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AI로 현행 대의 민주주의 체제를 직접 민주주의로 확대하겠다는 의지다.
AI 매개 초당적 협력…다카이치 총리 과외도

안노 대표는 "저희 당 제안으로 출범한 'AI와 민주주의에 관한 초당파 연구모임'이 지난 7월 여야 7개 정당 합의로 '입법부 기능 강화를 위한 제언'을 마련했다"며 "제언에는 AI를 활용한 의회 사무국의 입법 지원 강화와 종이 사용 감축, 위원회 태블릿 사용과 원격 출석, 전자청원 법제화 등이 담겼다"고 했다.
이 제언은 지난 7월 중의원·참의원 의장에게 전달됐다. 지난 8일 중의원 운영위원회 산하 국회개혁소위원회는 첫 회의에서 이 제언을 토대로 AI와 디지털 기술 활용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전자청원 법제화도 팀 미라이의 제안이다. 일본 국회 청원은 지금도 서면이 기본이고 소개 의원도 있어야 한다. 디지털 전환이 더딘 일본 국회에서 팀 미라이가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팀 미라이가 공동 제출자로 참여해 국회를 통과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는 재외선거 인터넷 투표를 검토하는 규정이 처음 들어갔다.
안노 대표는 "일본에서는 의원이 법안을 내려면 중의원은 20명 이상, 참의원은 1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고 예산이 드는 법안이면 각각 50명, 20명 이상이 필요하다"며 "저희 의석은 어느 요건도 채우지 못하는 만큼 다른 당과 손잡고 함께 제출하거나 정부 법안 심사 과정에서 장관 답변과 부대결의를 끌어내 행정을 움직이는 길을 택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대결의는 국회가 법안을 통과시킬 때 결의에 덧붙여 정부에 요구하는 조건이나 건의 사항이다.
안노 대표는 지난 8월28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를 상대로 'AI 과외 수업'을 하기도 했다. 안노 대표는 당시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면 모든 정책도 달라진다고 믿는다"며 "팀 미라이로서도 국가 AI 전략을 정부에 제안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당시 과외에서 소개된 'AI 인터뷰'는 누구나 AI와 대화하며 정책 의견을 내는 팀 미라이의 도구다. 디지털 교과서 관련 법안 심사 때 이 도구로 받은 의견을 국회 부대결의에 반영했다.
AI 개발자라 가능한 '정치자금 투명성'

안노 대표는 팀 미라이의 강점 중 하나로 '투명성'을 꼽았다. 팀 미라이는 AI를 활용해 당의 수입과 지출을 1엔 단위까지 실시간 공개하는 '미라이 마루미에(한눈에 보는) 정치자금' 시스템을 구축했다. 안노 대표는 "투명성을 구호로만 내세우지 않고 실제로 '전부 공개'를 실천하고 있다"며 "정치에 필요한 도구를 직접 만들고 이를 다른 당에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정파에 얽매이지 않고 AI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당의 정체성이다. 팀 미라이는 지난해 5월 창당한 뒤 참의원 1명, 중의원 11명 등 12명의 의원을 배출했다. 평균 연령은 40.3세(15일 기준)이고 이 가운데 4명이 AI 개발자 등 엔지니어 출신이다.
신생 정당이지만 지난 2월 요미우리신문의 여론조사에선 야당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소비세 감세에 대해 신중·반대 입장을 취하는 등의 미래세대 중심 현실 노선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노 대표는 "'청년을 위한 정치'보다 참여 장벽을 낮추는 것이 본질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 정치권에서 내린 결정의 결과를 가장 오래 짊어지는 게 젊은 세대이지만 정작 이들은 결정하는 자리에 거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비대칭은 일본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라며 "미래 세대가 누릴 몫을 생각하는 동시에 소수의 의견도 정책에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노 대표는 "우리가 만들고 싶은 정치 문화는 모든 정보가 공개되고 누구나 의사결정에 참여하며 그 과정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문화"라면서 "무오류에 집착하기보다 시행착오를 빠르게 거듭하는 문화"라고 밝혔다.
이어 "그래야 합리적이고 (미래 세대가) 도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며 "일본의 미래와 관련해서는 줄어드는 파이를 전제로 나눠 갖는 다툼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에 투자해 성장 여력을 만들고 그 열매를 사회보장과 교육에 돌리고자 한다"며 "그렇게 해서 '미래가 밝다고 믿을 수 있는 나라'로 나아가고 싶다"고 했다.
▶안노 다카히로(安野貴博) 팀 미라이 대표 프로필
▲1990년 일본 도쿄 출생 ▲도쿄대 공학부 시스템창성학과(AI·머신러닝 전공) 졸업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컨설턴트 ▲AI 챗봇 기업 베도어(BEDORE) 창업 ▲리걸테크 기업 몬테스큐(MNTSQ) 공동 창업 ▲하야카와 SF 콘테스트 우수상(서킷 스위처)으로 SF 작가 데뷔 ▲2024년 도쿄도지사 선거 출마 ▲'디지털 민주주의 2030' 프로젝트 발족 ▲팀 미라이 창당·대표 ▲참의원 비례대표(2025년 7월) ▲팀 미라이 대표로 중의원 총선거 지휘, 비례대표 11석 획득(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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