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 황후'가 낯선 로맨스 판타지 설정과 배우들의 열연을 앞세워 공개 하루 만에 디즈니+ 국내 시리즈 1위에 오르며 흥행 기대감을 높였다. 사진은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재혼황후' 포스터./디즈니+


서양풍 궁중 로맨스에 새로 변신하는 왕자까지, 공개 전만 해도 낯설다는 반응이 앞섰던 디즈니+ '재혼 황후'가 예상 밖의 호응을 얻고 있다. 유치한 설정마저 재미로 받아들이게 하는 묘한 매력으로, 공개 하루 만에 국내 시리즈 1위에 올랐다.

4일 디즈니+에 따르면 '재혼 황후'는 이날 '오늘 한국의 TOP 10' 시리즈 부문 1위를 기록했다. 지난 3일 1~4회가 공개된 지 하루 만이다. 글로벌 누적 조회수 29억7000만회를 기록한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해당 작품은 공개 전부터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았다. 서양풍 로맨스 판타지라는 국내 드라마에서 보기 드문 장르를 실사로 구현한다는 점에서다.

작품은 동대제국의 황후 나비에(신민아)가 남편인 황제 소비에슈(주지훈)의 변심을 겪으면서 시작된다. 소비에슈는 도망 노예 출신 라스타(이세영)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나비에는 이혼을 받아들이는 대신 서왕국 왕자 하인리(이종석)와의 재혼을 요구한다. 사랑과 배신, 황실의 권력 다툼에 마법과 변신 능력까지 더해진 이야기다.

공개 전에는 이런 세계관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느냐가 관건이었다.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도 화려한 드레스와 궁전, 배우들의 비주얼에 기대를 보내는가 하면, 한국 배우들이 서양식 왕족을 연기하는 모습이 어색하다는 등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같은 재연 프로그램을 연상시킨다는 평가까지 있었다.

그러나 본편을 접한 시청자들은 예상보다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오글거리는 장면을 못 보는 편인데도 재밌다" "연기력이 받쳐주니 생각보다 거부감이 없다" "이상하게 계속 보게 된다"는 취지의 감상평이 잇따랐다. 원작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했는데도 인물 관계와 사건 전개에 흥미를 느꼈다는 반응도 있다.

작품의 다소 황당한 설정은 장르의 매력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새로 변신하는 하인리와 그를 둘러싼 이야기는 자칫하면 웃음을 유발할 수 있는 요소다. 실제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새가 등장할 때마다 이종석의 얼굴을 떠올리게 된다는 반응이 나온다. 왕자의 능글맞은 행동과 황실 인물들의 과장된 감정 표현을 재미있어하는 이들도 있다. 진지하게 연출할수록 오히려 웃음이 나는 장면들이 작품의 독특한 관전 포인트가 된 셈이다.

익숙하지 않은 설정도 납득시키는 배우들의 힘

배우들의 존재감도 크게 작용했다. 신민아는 황후 나비에의 절제된 태도와 내면의 상처를 안정적으로 표현한다.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지만, 남편의 배신 앞에서 흔들리는 모습에는 설득력이 있다. 주지훈은 자기중심적인 황제 소비에슈를 연기하며 시청자들의 분노를 이끌어낸다. 인물의 얄미운 면모를 확실하게 살려냈다.

이세영의 라스타 역시 눈길을 끈다. 순진하고 천진난만한 표정 뒤에 황실에서 살아남으려는 욕망을 감춘 인물이다. 단순히 미움받는 악역에 머물지 않고, 때로는 연민을 자아내는 복합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종석은 하인리 특유의 여유와 능청스러움을 소화한다. 새로 변신하는 판타지 설정까지 더해지면서 캐릭터 자체가 화제의 중심에 섰다.

무엇보다 네 배우 모두 작품의 낯선 분위기에 흔들리지 않고 진지하게 각자의 캐릭터를 밀고 나간다는 점이 몰입도를 높인다. 조연 배우들 역시 개성 강한 귀족과 황실 인물들을 생생하게 표현하며 극을 풍성하게 만든다.

아쉬움도 남아 있다. 의상과 헤어스타일이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인물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고, 일부 CG와 화면 연출도 호불호가 갈린다. 세트와 미술이 모든 장면에서 기대만큼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서양식 세계관을 한국어 대사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이질감도 여전히 작품이 넘어야 할 부분이다.

그럼에도 '재혼 황후'가 초반 시청자들의 관심을 붙잡았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시도하기 어려웠던 로맨스 판타지 장르를 대형 OTT가 본격적으로 실사화했고, 국내에서는 빠르게 반응을 얻고 있다.

올해 넷플릭스가' '참교육' '김부장', 최근 '꿀알바' 등 다양한 장르의 한국 콘텐츠로 흥행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디즈니+에서도 이에 견줄 만한 흥행작이 탄생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재혼 황후'가 화제성을 넘어 글로벌 시청자들에게도 통하는 성과를 거둔다면 K로맨스 판타지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총 10부작인 '재혼 황후'는 지난 3일 1~4회를 공개했다. 오는 11일부터 매주 수요일 2회씩 추가 에피소드를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