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북한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은 우리나라 국가안보 체계에 엄중한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북한이 매설한 지뢰 폭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압록강대교를 통한 중국 당일치기 방문, 남한 공격을 상정한 북한 무인기 훈련 등이 그렇다. 게다가 미 연방수사국(FBI)은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 해킹 사건이 북한 조직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중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북한이 중국계로 볼 수도 있는 기업을 공격했다는 점은 김정은 정권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자신감이 대남 무력시위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북한의 위협이 고도화되는 가운데 우리 국방부와 안보 기관들은 북한의 핵과 재래식 전력, 비대칭 전력 등에 동시다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방과 국가정보 분야의 인공지능(AI)화 작업도 가속화하고 있다. 옳은 방향이며, AI에 대한 투자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다만 국방 AI화가 곧 군사적 억지력 강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의미심장한 군사적 도발이나 유사시 발생할 수 있는 대남 군사작전에 대비해 첨단 재래식 무기를 통한 억제력을 강화하고, 억제에 실패할 경우 즉각적인 군사적 대응에 나설 수 있는 태세도 갖춰야 한다.
특히 북한은 우리와 달리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동시에 드론과 탄도미사일, 전방위적 사이버 공격 등 비대칭 전력을 빠른 속도로 고도화하고 있다. 미국의 핵우산 없이도 한국이 재래식 무기만으로 북한의 핵 위협을 충분히 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현재 현무-5 탄도미사일이 실전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고, 8~9t에 달하는 재래식 탄두는 세계 최대 수준의 파괴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재래식 전력의 강화가 핵 억지력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2022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모든 것이 모든 곳에서 한꺼번에>(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라는 제목은 얼핏 보면 작금의 한국 안보 상황에 딱 들어맞는다. 간단히 말해 우리는 ① 갈수록 다양해지는 군사적 위협에 대비한 대응 태세의 근본적 개선 ② 국군과 국가정보기관의 맞춤형 AI화 ③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포함한 한국형 자주국방 체계 구축과 미래지향적 한미 군사동맹의 발전 등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모든 위협'에 대응해야 하지만 우선 순위는 설정할 수밖에 없다. 현 정부 임기는 물론 차기 정부 임기 중에도 발생할 수 있는 북한의 다양하고 고도화된 도발에 대비해 객관적인 정보 판단 능력과 질적 수준이 높은 보복 수단, 군사적 작전 능력과 정치적 의지를 키워야 한다.
한국의 입장에서 AI의 매력은 거부하기 힘들다. 핵으로 무장한 북한, 확장되는 중국의 군사 역량, 미군의 불확실성, 병력 자원의 감소 등에 직면한 한국은 더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위협에 대처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AI는 정보 분석과 정비, 군수, 감시 및 작전 계획 등 국방 전반의 역량을 높일 수 있다. 특히 북한의 다양한 도발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고 복잡한 전장 정보를 신속하게 분석하는 데 AI의 역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2022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모든 것이 모든 곳에서 한꺼번에>(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라는 제목은 얼핏 보면 작금의 한국 안보 상황에 딱 들어맞는다. 간단히 말해 우리는 ① 갈수록 다양해지는 군사적 위협에 대비한 대응 태세의 근본적 개선 ② 국군과 국가정보기관의 맞춤형 AI화 ③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포함한 한국형 자주국방 체계 구축과 미래지향적 한미 군사동맹의 발전 등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모든 위협'에 대응해야 하지만 우선 순위는 설정할 수밖에 없다. 현 정부 임기는 물론 차기 정부 임기 중에도 발생할 수 있는 북한의 다양하고 고도화된 도발에 대비해 객관적인 정보 판단 능력과 질적 수준이 높은 보복 수단, 군사적 작전 능력과 정치적 의지를 키워야 한다.
한국의 입장에서 AI의 매력은 거부하기 힘들다. 핵으로 무장한 북한, 확장되는 중국의 군사 역량, 미군의 불확실성, 병력 자원의 감소 등에 직면한 한국은 더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위협에 대처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AI는 정보 분석과 정비, 군수, 감시 및 작전 계획 등 국방 전반의 역량을 높일 수 있다. 특히 북한의 다양한 도발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고 복잡한 전장 정보를 신속하게 분석하는 데 AI의 역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군사적 효율성의 증대가 자동적으로 더 나은 국가안보적 판단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AI가 방대한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더라도 상대방의 정치적 의도나 군사 행동의 전략적 의미까지 정확하게 판단한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올해 2월 말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한 이후, 미 정보기관은 5~6월께 중동에서 중국 운반선이 핵무기 관련 부품을 싣고 항해 중이라고 판단해 특수전 요원들을 작전에 투입하려 했다. 그러나 정보를 재검토한 결과 사실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고, 군사작전은 중단됐다. 정보 판단서를 작성한 분석관이 AI 도구를 활용했지만, AI가 허위 정보를 제공한 것이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도 위기 상황에서 AI를 활용해 한국 정보기관들이 신뢰할 만한 수준의 역정보를 만들어 유포할 수 있다.
따라서 국방 AI화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잘못된 판단을 바로잡을 수 있는 체계 구축과 함께 추진돼야 한다. 국방과 국가정보 분야의 AI화에는 '가역성 시스템'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AI를 활용하되 핵심적인 정보 판단과 최종 결정은 인간이 통제하고, 필요할 경우 언제든 수정하거나 중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전통적인 워게임과 달리 AI 시대의 워게임은 의도적으로 왜곡된 정보와 상충되는 평가, 통신 두절 등 다양한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 AI가 모든 안보 위협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희망만으로는 결코 바람직한 안보 전략을 세울 수 없다.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해 광범위한 국방 AI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 전환 과정에서 정부가 갈수록 의존하게 될 AI 시스템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필요하면 중단시키고, 판단과 운용 방식을 재정의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따라서 국방 AI화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잘못된 판단을 바로잡을 수 있는 체계 구축과 함께 추진돼야 한다. 국방과 국가정보 분야의 AI화에는 '가역성 시스템'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AI를 활용하되 핵심적인 정보 판단과 최종 결정은 인간이 통제하고, 필요할 경우 언제든 수정하거나 중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전통적인 워게임과 달리 AI 시대의 워게임은 의도적으로 왜곡된 정보와 상충되는 평가, 통신 두절 등 다양한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 AI가 모든 안보 위협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희망만으로는 결코 바람직한 안보 전략을 세울 수 없다.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해 광범위한 국방 AI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 전환 과정에서 정부가 갈수록 의존하게 될 AI 시스템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필요하면 중단시키고, 판단과 운용 방식을 재정의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이정민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위원은 미 터프츠대 플레처법률외교대학원에서 국제정치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세대 국제대학원장, 외교부 국제안보대사, 런던 국제전략연구소(IISS) 국제자문위원회 의장 등을 지냈다. 현재는 IISS수석고문과 아산정책연구원 객원 선임연구위원을 겸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