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11년 영국 노팅엄. 복면을 쓴 직공들이 밤마다 공장에 숨어들어 방직기를 부쉈다. 기계에 일자리를 빼앗길 것이란 두려움 때문이었다. 이른바 '러다이트 운동'이다. 방직기는 멈추지 않았다. 면직물 값이 싸지자 수요가 크게 늘면서 기계를 다루고 고치는 새 일자리가 쏟아졌다.
200여 년이 흐른 지금 산업 현장에서 비슷한 장면이 재연되고 있다. 방직기 자리는 AI와 로봇이 대신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올해 초 "노사 합의 없이 단 한 대의 로봇도 현장에 들어올 수 없다"고 선언했다. 평생 익힌 기술이 쓸모없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은 노팅엄 직공들과 다르지 않다.
1865년 영국은 증기자동차를 규제하는 '붉은 깃발법(적기조례)'을 만들었다. 차 앞에서 사람이 붉은 깃발을 들고 걸으며 위험을 알리게 했고, 시내의 차 속도를 사람 걸음 수준으로 제한했다. 안전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마차업자를 보호하려는 법이었다. 그사이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은 독일과 프랑스, 미국으로 넘어갔다. 지키려던 일자리뿐 아니라 새로 생길 일자리까지 잃었다.
한국은 로봇 보급률이 제조업 근로자 1만 명당 1220대로 세계 1위인데도 인력난을 겪고 있다. 국내 조선소 인력은 다섯 명 중 최소 한 명이 외국인 근로자다. 일손이 갈수록 귀해지는 현장에서 로봇은 이미 빈자리를 메우는 '동료'다. HD현대삼호에선 작업자 1명이 최대 협동로봇 6대를 관리하면서 고난도 용접과 품질 관리에 집중한다. 로봇이 '손'을 대신하자 사람은 '눈'과 '머리'가 됐다. 각자 잘하는 일을 나눠 맡는 '상생분업'이다.
로봇을 들일지 말지가 아니라 어떻게 들일지가 관건이 됐다. 현대차 노사가 17차례 협상 끝에 미래 기술 도입에 공동 대응하기로 한 것은 그 답을 함께 찾겠다는 첫걸음이다. 노조도 '무조건 반대는 아니다'라며 공정별 협의 의사를 내비쳤다. 로봇이 필요한 공정과 그렇지 않은 공정을 머리를 맞대고 가려 보자는 것이다.
한국은 로봇 보급률이 제조업 근로자 1만 명당 1220대로 세계 1위인데도 인력난을 겪고 있다. 국내 조선소 인력은 다섯 명 중 최소 한 명이 외국인 근로자다. 일손이 갈수록 귀해지는 현장에서 로봇은 이미 빈자리를 메우는 '동료'다. HD현대삼호에선 작업자 1명이 최대 협동로봇 6대를 관리하면서 고난도 용접과 품질 관리에 집중한다. 로봇이 '손'을 대신하자 사람은 '눈'과 '머리'가 됐다. 각자 잘하는 일을 나눠 맡는 '상생분업'이다.
로봇을 들일지 말지가 아니라 어떻게 들일지가 관건이 됐다. 현대차 노사가 17차례 협상 끝에 미래 기술 도입에 공동 대응하기로 한 것은 그 답을 함께 찾겠다는 첫걸음이다. 노조도 '무조건 반대는 아니다'라며 공정별 협의 의사를 내비쳤다. 로봇이 필요한 공정과 그렇지 않은 공정을 머리를 맞대고 가려 보자는 것이다.
자동화의 과실을 나누는 장치는 필요하다. 로봇이 끌어올린 생산성의 일부를 근로자 재교육, 임금 보전에 쓴다면 '빼앗긴다'는 공포를 '함께 얻는다'는 기대로 바꿀 수 있다. 성과가 공정하게 나뉠 때 근로자는 로봇을 든든한 조력자로 받아들일 수 있다.
스웨덴은 1976년 공동결정법을 만들어 기업이 기술 도입 같은 큰 변화를 결정하기 전 노조와 먼저 협의하도록 했다. 근로자를 변화의 구경꾼이 아닌 당사자로 세운 것이다. 독일 정부는 1974년 노사와 함께 '노동생활 인간화' 사업을 시작했다. 건강을 해치는 고된 작업과 단조로운 반복 노동을 줄이는 게 목표였다. 사람에게 맞춘 산업용 로봇 설계도 이 사업에서 연구됐다. 두 나라 모두 기술 도입을 막지 않았다.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지 않고 '보완'하도록 노사가 함께 방향을 설계했다.
사람의 가치를 새로 매기는 일도 서둘러야 한다. 숙련공의 노하우는 로봇이 흉내 내기 어려운 자산이다. 베테랑의 용접 기술을 데이터로 쌓아 로봇을 가르치고 후배에게 물려주는 '로봇 교사'는 숙련공만이 맡을 수 있다. 로봇 다루는 방법을 익힌 근로자는 일자리를 잃는 게 아니라 더 나은 조건으로 대우받을 수 있다. 한화오션은 일부 용접공을 로봇 운영자로 돌려 작업 경로 설정과 품질 판단을 맡겼다. 로봇이 덜어준 시간은 노동시간을 줄이고 여유를 늘리는 데 쓸 수 있다.
현대차 노사가 연 대화의 문을 산업 전체로 넓혀야 한다. 테슬라와 BYD는 이미 로봇 중심으로 공장을 바꾸고 있다. 로봇 전환은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다. 같은 기술이라도 두려움으로 대하면 위협이 되고, 상상력으로 대하면 기회가 된다. 로봇이 고된 노동을 맡으면 사람은 더 창의적인 일에 몰두하고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다. 생산성과 삶의 질은 함께 높일 수 있다. 일자리를 앗아가는 것은 로봇이 아니다. 변화를 준비하지 않은 사회다.
스웨덴은 1976년 공동결정법을 만들어 기업이 기술 도입 같은 큰 변화를 결정하기 전 노조와 먼저 협의하도록 했다. 근로자를 변화의 구경꾼이 아닌 당사자로 세운 것이다. 독일 정부는 1974년 노사와 함께 '노동생활 인간화' 사업을 시작했다. 건강을 해치는 고된 작업과 단조로운 반복 노동을 줄이는 게 목표였다. 사람에게 맞춘 산업용 로봇 설계도 이 사업에서 연구됐다. 두 나라 모두 기술 도입을 막지 않았다.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지 않고 '보완'하도록 노사가 함께 방향을 설계했다.
사람의 가치를 새로 매기는 일도 서둘러야 한다. 숙련공의 노하우는 로봇이 흉내 내기 어려운 자산이다. 베테랑의 용접 기술을 데이터로 쌓아 로봇을 가르치고 후배에게 물려주는 '로봇 교사'는 숙련공만이 맡을 수 있다. 로봇 다루는 방법을 익힌 근로자는 일자리를 잃는 게 아니라 더 나은 조건으로 대우받을 수 있다. 한화오션은 일부 용접공을 로봇 운영자로 돌려 작업 경로 설정과 품질 판단을 맡겼다. 로봇이 덜어준 시간은 노동시간을 줄이고 여유를 늘리는 데 쓸 수 있다.
현대차 노사가 연 대화의 문을 산업 전체로 넓혀야 한다. 테슬라와 BYD는 이미 로봇 중심으로 공장을 바꾸고 있다. 로봇 전환은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다. 같은 기술이라도 두려움으로 대하면 위협이 되고, 상상력으로 대하면 기회가 된다. 로봇이 고된 노동을 맡으면 사람은 더 창의적인 일에 몰두하고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다. 생산성과 삶의 질은 함께 높일 수 있다. 일자리를 앗아가는 것은 로봇이 아니다. 변화를 준비하지 않은 사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