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 식사와 회식이 잦아지는 연말. 전문가들은 특정 시각보다 하루 총섭취량과 개인의 생체리듬을 함께 살려야 한다고 말한다./클립아트코리아


연말이 다가오면서 저녁 약속이 하나둘씩 늘어난다. 회식은 밤 10시를 넘기기 일쑤고, 야근이라도 하는 날엔 편의점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기도 한다. 다이어트를 해본 사람이라면 "저녁 8시 넘어서 먹으면 다 살로 간다"는 말도 은근 신경 쓰인다. 정말 그럴까.

'저녁 8시'라는 경계는 없다

신상아 중앙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저녁 8시가 지나면 같은 음식이 갑자기 더 살찌는 음식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저녁 8시'라는 과학적인 경계는 없다"고 말했다.

체중은 기본적으로 하루 동안 먹고 쓰는 열량이 좌우한다. 2024년 '내과학연보'(Annals of Internal Medicine)에 실린 12주 임상시험에서도 같은 열량을 먹되 식사 시간만 달리한 두 그룹의 체중 감소 폭에는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 하루 열량의 80%를 오후 1시 이전에 먹은 그룹은 2.3kg, 절반 이상을 오후 5시 이후에 먹은 그룹은 2.6kg 줄었다.

늦게 먹으면 몸은 다르게 반응한다

그렇다고 언제 먹느냐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우리 몸에는 약 24시간 주기로 호르몬 분비와 소화,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는 생체시계가 있다.

조진경 성균관대 스포츠과학과 교수는 "어두워지면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늘어나는데, 이 시기에 음식을 먹으면 인슐린 분비와 혈당 조절에 불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0년 '임상내분비대사학회지'(JCEM)에 실린 실험에서는 건강한 성인 20명이 같은 저녁을 오후 6시와 오후 10시에 각각 먹었다. 늦게 먹었을 때 식후 혈당 최고치는 약 18% 높았고, 섭취한 지방도 덜 연소됐다.

식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2022년 '셀 메타볼리즘'(Cell Metabolism) 연구에서는 같은 양을 늦게 먹었을 때 허기가 커지고 깨어 있는 동안 쓰는 에너지가 줄었다.

신 교수는 "이런 단기적인 변화가 모든 사람에게 같은 정도의 체중 증가를 일으킨다는 의미는 아니다. 장기적인 체중 증가로 얼마나 이어지는지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계보다 '내 몸의 밤'

그렇다면 몇 시까지 먹어야 할까. 조 교수는 "'저녁 8시'라는 고정된 시각보다 생물학적으로 밤이 시작되는 시점과 식사가 겹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밤 11시에 자는 사람과 새벽 2시에 자는 사람의 밤이 같을 수 없다는 얘기다.

신 교수는 "가능하면 잠들기 2~3시간 전에 저녁 식사를 마치길 권한다. 밤 11시에 잔다면 저녁 8~9시까지 마치는 식"이라고 말했다. 위식도역류질환 진료지침도 잠들기 2~3시간 안에는 먹지 않도록 권장한다. 잠들기 직전 많이 먹으면 속쓰림이나 위산 역류로 잠을 방해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두 교수 모두 이 간격이 누구에게나 입증된 정답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회식·야근 날엔 나눠 먹자

늦게 먹어야 한다면 무조건 굶기보다 양을 조절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조 교수는 "오후 5~6시쯤 가볍게 먹고 늦은 시간에는 부족한 양만 보충하는 식으로 저녁을 나눠 먹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저녁을 나눠 먹었을 때 혈당이 덜 오르는지 살핀 작은 연구도 있다. 2017년 '당뇨병 연구와 임상진료'(Diabetes Research and Clinical Practice)에 실린 실험에서 제2형 당뇨병 환자 16명이 저녁을 오후 9시에 한꺼번에 먹었을 때보다 오후 6시와 9시에 나눠 먹었을 때 식후와 야간 혈당이 낮았다. 이듬해 건강한 여성 14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신 교수는 "앞서 먹은 음식이 '추가 간식'이 되어 하루 총섭취량이 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뉴는 생선, 두부, 달걀, 살코기와 채소를 중심으로 하고 밥이나 면은 완전히 끊기보다 양을 줄이면 된다. 회식에서는 술과 기름진 안주가 겹치면서 열량이 늘기 쉽다. 식사 뒤 10~20분 가볍게 걷는 것도 식후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된다.

이렇게 드셔보세요

저녁 식사가 늦어지는 날엔 나눠 먹되 하루 먹는 양은 늘리지 않는다.

단백질 반찬과 채소를 먼저 먹고 밥은 적당량만 먹는다.

회식에서는 술과 기름진 안주를 줄이고 2차 야식은 건너뛴다.

잠들기 2~3시간 전에는 식사를 마치고 먹은 뒤 바로 눕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