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8% 넘게 급락하며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등 시황이 표시되고 있다./뉴스1


"삼성전자 40만원 가면 유럽 여행 가려고 했는데, 꿈도 못 꾸게 됐어요."

대학생 김모씨(22)는 지난 5월 군 복무 중 모은 적금 1500만원을 삼성전자와 미국 S&P500 등에 투자했다. 삼성전자 매입가는 주당 약 28만원이었는데, 6일 장 초반 주가는 18만원대까지 내려앉았다. 김씨는 미국 지수 관련 상품은 장기 보유하고, 삼성전자 투자 수익으로 여행을 떠날 계획이었다. 그는 "삼성전자에 전부 넣지 않은 게 다행"이라면서도 "여기서 더 떨어지면 군대에서 고생한 게 다 날아가게 생겼다"고 씁쓸해했다.

6일 오전9시3분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8.76% 하락한 4911.91을 기록했다. 개장 약 3분 만에 5000선이 무너졌고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했다. 전날 급락을 버틴 투자자들은 또다시 폭락장을 맞았다.

퇴직 후 버팀목으로 삼으려던 목돈이 주식에 묶인 사례도 있다. 중견기업에서 4년간 일하다가 지난 5월 권고사직으로 회사를 떠난 30대 최모씨는 퇴직금과 위로금으로 약 4000만원을 받았다. 예·적금 위주로 돈을 모으던 최씨는 주변의 투자 성공담에 마음이 흔들렸다. 정부의 증시 부양 메시지도 투자 결심에 영향을 줬다고 했다. 남들이 자산을 불리는 동안 자신만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다는 것이다. 최씨는 6월 초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대형주를 골라 투자했지만 이날 기준 수익률은 마이너스 37%다.

고수익을 기대하고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본 이들도 있다. 20대 직장인 전모씨는 미국 반도체주 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ETF SOXL에 300만원을 투자했다가 일주일 만에 180만원의 평가손실을 봤다. 전씨는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도 500만원을 넣었다. 주가가 내려갈 때 추가 매수하는 이른바 '물타기'로 버텼지만, 수익률은 마이너스 40% 수준까지 내려갔다고 말했다.

빚을 내 투자한 이들은 손실에 이자 부담까지 떠안았다. 증권사 신용융자를 이용한 경우 주가 하락으로 담보유지비율을 충족하지 못하고 기한 내 추가 담보도 제공하지 않으면 반대매매로 주식이 강제 처분될 수 있다. 마이너스 통장 등 일반 신용대출을 이용한 투자는 반대매매 걱정은 없지만,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은 남는다.

20대 직장인 이모씨는 올해 초 비상금 대출 한도 300만원을 모두 꺼내 삼성전자와 ETF 등에 투자했다. 처음에는 수익도 냈지만, 지금은 손실이 훨씬 크다. 이씨는 "스트레스받아서 주식 앱 안 열어본 지 꽤 됐다"며 마지막으로 확인한 손실률이 약 40%였다고 기억했다. 그런데도 매달 통장에서는 이자가 빠져나간다.

온라인에는 결혼을 앞두고 대출 투자로 손실을 봤다는 글이 등장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한 작성자는 SOXL 가격이 떨어지자 신용대출 1억4000만원을 받아 추가 매수했다고 적었다. 그가 올린 계좌 캡처 사진에는 평가손실 2억4793만원, 수익률 마이너스 65.75%가 표시돼 있었다. 내년 5월 결혼을 앞뒀다는 그는 "돈 많이 벌어서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는데 여자친구한테 너무 미안하다"고 했다.
또 다른 작성자는 약 5억원을 모아 미국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했다가 매도와 재투자를 반복하며 약 4억5000만원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손실 이후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식사도 어렵다고 호소했다.

주가 상승을 기원하며 절을 올리는 '온라인 법당'의 모습./가즈아법당 홈페이지


이 밖에도 "바닥 밑에 지하실, 지하실 밑에 벙커가 있다더니 지금 맨틀(지각 아래 두꺼운 암석층) 뚫고 들어가는 중", "전문가들 말 믿고 버티다가 1년 치 연봉이 날아갔다", "팔아서 챙기지 않은 사이버 머니는 결국 내 돈이 아니었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불상 대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차트를 걸어놓고 주가 상승을 기원하며 절을 올리는 온라인 법당까지 등장했다.

하락장에서 개인이 받아낸 물량은 상당하다. 코스콤의 투자분석용 정보단말기 체크에 따르면 지난달 6일부터 이달 5일까지 개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합쳐 약 9조2000억원 순매수했다. 전날 급락장에서도 두 종목을 2조원 넘게 사들였다. 저가 매수 기회로 본 투자자들은 하루 만에 추가 하락을 맞았다.

주식 투자 손실은 여행과 결혼 등 인생 계획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군 적금을 불려 떠나려던 여행은 멀어졌고, 결혼을 앞둔 투자자는 대출 상환부터 걱정하게 됐다. 빚을 내 투자한 이들은 반등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이자를 내야 한다. "손실을 메우려면 얼마나 더 야근해야 할지 계산조차 안 선다"는 한 20대 직장인의 말처럼 주식 시장 거래가 잠시 멈춘 사이에도 손실과 생계에 대한 걱정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