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기업에 왜 지원했나요?”
“독일은 전통적인 엔지니어 강국입니다. 독일 기업에서 일하면서 선진 기술을 배우고 싶습니다.”
서류를 뒤적이며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면접자들 앞에서 지원자들은 또박또박 답하려 애쓰는 모습이다.
<2010 글로벌 채용 박람회>는 코트라가 해외 기업과 국내의 우수 인재를 연결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주최한 글로벌 채용 박람회였다.
글로벌 인재들과 해외 기업들이 서로 '더 좋은 기회'를 찾아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는 현장, 2010 글로벌 채용 박람회장에 다녀왔다.
♦사전 서류심사 합격자만 면접, 1/3 합격
17개국 51개사. 이날 한국의 인재를 찾기 위해 박람회장에 모여든 기업의 숫자다. 중국, 캐나다 등 우리에게 꽤 친숙한 나라에서부터 폴란드, 카자흐스탄 등 다양한 국가들이 참가했다.
행사는 오전 설명회와 오후 상담회로 나뉘어 진행됐다. 오전 10시 열린 설명회에서는 독일기업 취업경험자인 프라운호퍼(fraunhofer) 한국지사 김주환 대표의 사례 발표와 헤드헌터의 해외 취업 전략 발표가 많은 구직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오후 1시 시작된 상담회는 여느 박람회와 다른 진행 방식으로 진행됐다. 보통의 채용 박람회는 참가 기업의 홍보 부스를 지원자들이 자유롭게 방문하고 즉흥적으로 임시 면접을 하는 경우가 대다수.
그러나 이번 글로벌 채용 박람회는 1차 서류 심사를 거친 344명의 인재들만 면접에 응했다. 이중 12개사는 해외에서 화상을 통해 면접을 진행하기도 했다.
코트라 장수영 홍보팀 부장은 “정신 없이 구경하고 설명 듣는 박람회 방식을 떠나, 해외 기업과 국내 인재들이 실질적으로 연결되고 채용 기회를 높일 수 있도록 기획했다”며 “1차 서류 심사에만 20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릴 정도로 관심이 대단했다”고 전했다.
장 부장은 “이번에도 시범적으로 채용을 추진한 후 향후 채용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기업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채용 분야를 보면 공항, 호텔 등 서비스 인력 채용이 가장 많다. 독일 등 유럽 기업은 전문 엔지니어 전공자를 찾는 경우가 많았고, 요리사 등 전문인력을 찾는 곳도 있었다.
코트라에 따르면 이날 면접을 거친 이들 중 채용 예정 인원은 126명 정도. 각 기업마다 원하는 인재를 한번 걸러 낸 상황이기 때문에, 실제 이날 면접자들 중 1/3가량이 최종적으로 취업에 성공하게 되는 셈이다. 그래서인지 각 지원자들의 현장 분위기 또한 열띤 모습이었다.
♦ 해외 기업-국내 인재 ‘윈-윈’, 현장 반응 긍정적
해외 기업들은 ‘문화적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가장 많이 던졌다. 엔지니어 등 전문인력을 찾는 기업에서는 해당분야 전문지식과 실무경험을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모습. 일부 아시아에 사업 확장 계획이 있는 기업들의 경우, 한국어와 영어 외에 다른 아시아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가야금홀 앞에 마련된 지원자 대기석에는 저마다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 입은 지원자들이 이어폰으로 어학 테이프를 듣거나, 미리 준비한 자기소개서를 외우는 등 마지막 점검에 한창인 모습이었다. 화장실에서 큰 소리로 외국어 답변을 연습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일단 현장 반응은 긍정적이다. 면접을 보러온 유미선 씨(25. 폴란드어 전공)는 “국내에서 취직이 잘 안 되니 해외로 눈을 돌리는 친구들이 적지 않다”며 “외국어와 경영을 함께 전공했기 때문에 해외 기업에 관리직으로 취업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구직 기간이 1년 정도 되는데 해외 취업과 관련해서는 아무래도 정보를 모으는 데 한계가 많다”며 “이런 기회를 통해 다양한 해외 기업들을 살펴 보고 선택할 수 있어, 구직자 입장에서도 좋은 기회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분야 엔지니어를 채용하기 위해 면접을 진행 중이던 BWAW의 디르크 브란트 첨단기술부장은 “전문 엔지니어 인력을 찾고 있는데 의외로 마케팅이나 경영전공 지원자들이 많아 아쉽다. 하지만 한국 인재들의 열정적인 모습이 너무 좋다. 이번 박람회를 통해 좋은 인재를 찾을 수 있어 만족한다”고 호평했다.
♦ 해외 진출 한국 기업, ‘인재 채용’ 숨통
무엇보다 이번 박람회를 반기는 이들은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다. 이번 박람회에 참가한 업체 중 해외 진출 한국 기업은 총 32개사. 인도네시아, 인도, 베트남을 비롯해 폴란드에 진출한 한국기업이 많은 것이 특히 눈에 띈다.
폴란드에 진출한 희성전자의 면접관으로 참가한 손명원 과장은 “LG전자 등 대기업을 따라 폴란드에 진출한 한국 중소기업이 꽤 많다”며 “해외에서 일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문화적 차이나 사람들과 마찰 없이 잘 지내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한다. 그만큼 해외진출 기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인재 채용’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실제 해외에 진출한 중소기업의 경우 인력을 구하는 데 어려움이 많은 게 현실이다. 손 과장은 “보통 채용이 필요한 경우 알음알음 한두사람 소개를 받거나 전공과에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며 “국내 구직자들의 입장에서도 회사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지원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고 털어놓는다.
그는 “지금까지 한정된 인력풀 안에서 한두사람 면접을 보고 채용하던 것과 비교해, 이번 박람회에서는 공개 모집으로 다양한 인재들의 지원을 받아 꼼꼼히 살펴 보며 최적의 인재를 찾을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조환익 코트라 사장은 “세계시장에서 한국 경제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한국 인력을 찾는 해외 기업이 늘고 있다”며 “2012년까지 국내 인력 5000명의 해외 취업을 성사시킬 계획이다"고 밝혔다. 조 사장은 또 "글로벌기업은 물론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 등에서 국내의 글로벌 인재들이 더 크게 활약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