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0년 제임스 쿡 선장이 신대륙 오스트레일리아를 발견하기 전까지 사람들은 백조는 무조건 하얗다고 믿었다. 하지만 신대륙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블랙 스완이 노니는 모습을 발견했을 때 세상의 상식과 믿음은 산산조각이 났다.
경제 위기 때 자주 등장하는 '블랙 스완(black swan)'은 이와 같이 예측 불가능한 사건의 발생을 의미한다.
지난 3개월간 상승 가도를 달려왔던 국내 증시가 1600선이 무너진 데 이어 5월 25일 장중 한때 연 저점(2월8일 1552.79) 아래로 밀려나자 시장은 공포에 휩싸였다. 패닉(Panic), 재테크 공황(恐慌)이란 암울한 단어들이 시장을 지배했다.
다행히 주가는 이후 1600선으로 다시 올라섰지만 아직도 두려움에 잔뜩 움츠리고 있는 투자자들이 많다.
"부동산도 그렇고, 주식도 그렇고, 금리도 바닥이고 대체 어떻게 재테크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탄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그런데 과연 지금이 재테크 암흑의 시대일까?
이관석 신한은행 재테크팀장은 "최근 시장에 공포를 불러왔던 유럽 재정위기, 북한 사태 등이 과연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사건(블랙 스완)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진짜 위기는 예측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을 때이지만 지금의 위기들은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이 시장에 있다"고 말했다.
요즘 자산시장은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위태롭지만 "오히려 돈 벌 기회는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기다리고만 있다면 재테크 찬스는 지나가버린다." 증시가 언더슈팅(단기 과다 급락)에 빠져 있는 지금이 곧 기회라는 것. 은행 프라이빗뱅커(PB)와 증권사 자산관리ㆍ투자전략 전문가들로부터 위기를 기회로 바꿀 필살기를 들어봤다.
위기는 돈 벌 기회 "눈감지 마라"
주가가 '떨어지는 칼'의 양상을 보이던 지난 5월24일, 자산가 A씨는 새로 펀드계좌를 열고 1억원을 투자했다. 이튿날인 25일 다시 주가가 빠지자 1억원을 또 넣었다.
A씨는 "환매수수료 없는 국내 주식형펀드에 투자했다"면서 "장기투자 원칙에는 어긋나겠지만 열흘에서 한 달 이내에 목표수익(10%선)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고 귀띔했다.
재테크 전문가들이 전하는 부자들의 투자방식은 주가가 과도하게 빠질 때마다 일정 금액을 쪼개서 투자하는 '저가 분할 매수'로 요약된다. 목돈을 5~10회 정도로 쪼개서 급락할 때마다 분산투자하고 상승 국면이 오면 이익을 실현하는 투자 방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
신동일 국민은행 압구정PB팀장은 "상반기 거대한 펀드환매 자금 등은 다른 뾰족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펀드나 주식으로 다시 들어올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지금은 바닥을 확인할 수 없다 보니 투자하더라도 자산의 1/5씩 쪼개 주가가 밀릴 때마다 떨어진 만큼 올라갈 가능성이 높은 인덱스펀드나 성장 가능성 높은 국내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유럽위기 등이 더 깊어질 수 있다는 가정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으므로 자산의 대부분을 몰아넣는다든가 2~3개월 이내에 꼭 써야할 단기자금으로 투자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이관석 재테크팀장은 "예상과 다르게 하락국면에 꽤 오래 머무를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경아 외환은행 대치역 PB팀장은 "현 수준에서는 주가가 1640이하로 떨어지면 언더슈팅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1550선에서 1600초반 정도에서는 주식 비중을 늘리는 것을 고려할 만하다"며 "연말 쯤 시장이 좋아질 거라는 기대감이 높으므로 6개월 정도(혹은 그 이상) 투자기간을 보고 들어가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
한치환 대우증권 애널리스트 또한 "IT와 자동차 관련 주식 등 기존 주도주를 중심으로 단기 급락해서 부담이 줄었을 때 투자하는 것이 권장된다"며 "6월까지는 조정의 우려가 남아있기 때문에 운용 측면에서 2~3개월은 여유를 갖고 투자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포트폴리오에 우산 씌우기
시장이 흔들리는 때일수록 역발상 전략은 더 빛을 발한다. 우재룡 동양종금증권 자산관리컨설팅연구소장은 "저PER(PERㆍ주가수익비율) 상황에서는 위험자산의 대명사인 주식이 (부동산 등 다른 자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위험자산"이라며 투자 대상에 대한 선입견을 버릴 것을 주문했다.
그래도 직접 투자를 꺼리는 투자자들에게 추천되는 투자대상이 ELD(주가연계예금)ㆍ ELS(주가연계증권)ㆍELF(주가연계펀드) 등 주가연계 3총사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주가연계 3총사를 활용하기에 적기"라고 했다.
직접 투자에 따른 투자 위험은 줄이고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박경아 PB팀장은 "특히 최근 변동성이 커지면서 주가연계상품이 기대 수익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가령 주가상승기에는 ELD 조건 충족 시 받을 수 있는 기대 수익이 10% 미만이었지만, 근래에는 변동성이 커지면서 10%를 훌쩍 초과하는 수익이 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외환은행은 6월8일까지 원금 이상이 보장되면서 최고 16% 수익이 가능한 ELD를 판매하는 등 고금리 주가연계 상품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대안자산으로는 요즘 시장의 '핫(hot) 아이템'인 금과 달러에 대한 투자가 추천됐다. 이관석 재테크팀장은 "주식이나 부동산 등은 시장에 위기가 오면 급락하는 양상을 보이는 데 반해 금과 달러는 위기 시 '뜨는' 속성을 지닌 대안상품"이라면서 "경기회복과 더블딥(이중침체)의 가능성이 공존하는 국면에서 보험성 자산으로 가치를 지닌다"고 말했다.
예컨대 시장에 공포가 지배해 대부분의 자산의 가치가 급락하는 시기, 만일 금이나 달러 등에 일부 자산을 투자했다면 이들 상품의 가치가 상승해 다른 투자대상의 손실을 상쇄시켜주는 '보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다만 변동성이 큰 상품이므로 전체 자산의 10% 이내에서 투자해 전체 포트폴리오에 우산을 씌우는 효과를 얻는 것이 바람직하다.
10년 이상의 장기 투자할 자산이라면 저축성보험을 고려할 만하다. 신동일 팀장은 "요즘 자산가들이 특히 선호하는 대상이 저축성보험"이라며 "얼마 전 한 자산가는 월납 1억원씩 100억원 상당의 저축성보험에 가입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만기 10년이 지나면 비과세되는 데다 정기예금 대비 고금리 상품(5월 기준 대부분 5% 안팎)이기 때문이다. 변동금리 상품이어서 향후 금리가 인상되더라도 상승분을 반영하는 효과가 있다. 신동일 팀장은 "국내 비과세 상품이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인데다 고령화로 보험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는 상황이라 저축성보험은 장기투자 대상으로 눈여겨볼만하다"고 말했다.